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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게 망고야 수박이야? 농산물도 변해야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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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게 망고야 수박이야? 농산물도 변해야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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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6.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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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최근 몇 년 사이 20~30대가 농산물 구매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젊은 층 취향의 달고 강한 맛을 지닌 농산물의 인기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여기에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크기가 작은 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섭취·처리 과정이 간편한 농산물을 선호는 경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소비트렌드에 맞춰 우리 농산물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사과나 배, 수박 등 하나의 이름으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이색 농산물을 소개해 본다.

먼저 이색 과일의 대표주자는 ‘샤인 머스캣’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당도가 높아 인기가 많다. 일반적인 캠벨 포도의 당도 14~16Brix에 비해 샤인 머스캣은 당도가 18~20Brix나 된다. 산도가 낮아 신맛이 거의 없고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청포도로 과육은 단단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다. 즙이 많고 유럽포도에서 맡을 수 있는 머스캣 향이 강하여 씹을수록 망고와 같은 향이 난다. 경북 상주, 김천 등지 같은 기존 포도 주산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샤인 머스캣 재배면적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통업계가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친 품목은 수박이다. GS슈퍼는 2.5~5kg의 미니형 ‘속노란망고수박’을 지난해 15만개 가량 확보해 판매했다. 망고 수박은 일반 수박보다 당도(13Brix)가 높고, 껍질이 얇아 간편하게 깎아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체들은 1인 가구의 편의성 제고를 위해 망고수박 외 다른 미니수박 품종의 취급을 전반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이마트도 1.5~3kg의 ‘까망 애플수박’ 등 소형 수박 물량을 두 배 늘리고 품질 강화에 나섰다. 평균당도를 11~12Brix로 끌어올린 한편, 푸석한 식감을 일반 수박 수준의 아삭함으로 개선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백도와 천도복숭아를 교배한 백육계 조생조 ‘신비복숭아’를 집중 취급했다. 이 복숭아는 털이 없고 크기가 작아 껍질을 벗기지 않고 간편하게 먹기 좋다. 새콤한 맛보다 단맛이 두드러져 최근 주목받은 신품종이다. 겉은 천도지만 속은 백도처럼 보이는 신비로운 복숭아라 해서 신비 복숭아로 불린다. 신비복숭아는 우리나라 전체 복숭아 생산량의 1%에 불과한 희귀품종으로 일 년 중 2주 동안만 맛볼 수 있는 레어템(rare item)이다. 천도복숭아보다 1.5~2배 정도가 비싼데도 찾는 소비자가 많다.

농식품 온라인 쇼핑몰 퍼밀은 여름철 인기 농산물인 ‘초당옥수수’를 지난해 900만개 정도를 취급했다고 한다. 초당옥수수는 일반 찰옥수수에 비해 당도가 2~3배 높아 사과나 멜론처럼 달콤하다.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즙이 풍부하여 과일처럼 껍질만 벗겨 생으로 먹을 수 있는 간편함 덕에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굽거나 쪄서 먹을 수도 있다. 인기가 많아 초당옥수수 이용한 카페 음료도 나왔다.

GS25는 설탕보다 200~300배 당도가 높은 스테비아 성분을 함유한 미니오이 ‘샤인오이’를 출시했다. 샤인오이는 허브의 일종인 스테비아 추출물을 발효시켜 액체화한 뒤 식물의 뿌리나 잎에 주입해 단맛을 첨가하는 농법으로 생산된 것이다. 수분이 많은 오이에 단맛을 가미해 시원한 과일처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맛은 설탕보다 강하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는 스테비아성분은 체중 감량 및 다이어트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단것을 끊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대체제이다. 이밖에도 스테비아 농법을 이용한 스테비아 토마토, 참외, 수박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간편·고당도 농산물 선호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농산물의 등장과 소비확대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나만의 소비 능력 즉 ‘득템(得item)’개념을 중시하는 소비트렌드와도 연계된다. 소비자들은 이색 농산물을 프리미엄 상품으로 인식해 가격이 조금 비싸도 구매한다. 생산이 소비로 직결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농산물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일년에 수십만개씩 쏟아지는 옷이나, 공산품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 우리 농산물도 급격한 사회문화변화에 따라 함께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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