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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땔감용 옥수수에 대한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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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땔감용 옥수수에 대한 불편함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1.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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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UN식량농업기구(FAO)의 ‘2022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현황’에 따르면 2021년 세계 기아 인구가 7억 2000만 명에서 8억 2800만 명이라고 한다. 전 세계인구가 79억 5천만 명이니 인류의 약 10%이상이 다음 끼니를 걱정하며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매일 전 세계에서 1만9천700명이 굶주림 때문에 생명을 잃고 있다.

북한도 최악의 굶주림에 허덕이며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 북한의 인구는 2590만 명이다. 이에 필요한 식량은 최소 연간 약 600만 톤인데, 필요량의 20%에 해당하는 121만 톤 정도가 부족하다. 121만 톤 정도가 문제라면 북한 주민 전체가 3개월 정도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UN 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2019~2021년 영양 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의 수는 1000만 명을 넘어 북한 총인구의 41.6%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내전이 이어지는 중동 예멘과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기아 위기는 사회적 불평등(빈곤), 경제적 파탄, 정치적 갈등, 인플레이션 등으로 촉발된다. 3년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경기침체가 식량부족을 더욱 위중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세계적인 물가상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세계 식량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소말리아나 콩고민주공화국, 마다가스카르 등과 같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밀에 의존해온 아프리카 국가들의 타격이 더욱 크다.

이렇듯 인류는 식량문제로 인해 생사를 다투는데, 나는 지난 연말 서울의 송년모임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고기구이판 옆에 먹음직스런 ‘옥수수 알곡’이 있었다. 처음엔 콘 샐러드용으로 직접 요리해 먹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식용이 아니었고 바이오매스 ‘땔감용 옥수수’였다. 고기를 구워 먹는데 그 연료로 땔감용 옥수수 대가 아닌 알곡이 나온 것이다.

너무나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른바 콘크릴, 옥수수 직화구이가 이미 전국의 여러 식당에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콘크릴 제작업체는 숯이나 나무펠릿 연료보다 친환경적이며, 편리하고 경제적이라는 광고도 많았다. 또 ‘옥수수 땔감’ 식당사진을 SNS에 공유한 손님들의 시식후기에는 거북하거나 불편한 마음보다는 대체로 색다른 경험과 호기심,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라는 칭찬과 만족감 일색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옥수수는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곡물가운데 가장 많이 생산되고 다양하게 활용되는 식량작물이다. 옥수수를 안 먹는 나라는 없다. 가루를 내 요리에 쓰거나 과자 등 가공식품, 팝콘, 기름을 짜낸 옥수수유, 액상과당 원료, 동물사료, 옥수수수염차 등 정말 인류가 알차게 써먹는 작물이다.

세계에서 옥수수를 가장 많이 생산되어 남아도는 미국도 옥수수를 활용한 바이오 에탈올을 가솔린 대체에너지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아이디어에 그치고 말았다. 돼지의 사료로 쓰던 옥수수 값이 올라 돼지고기값까지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옥수수 본체가 아닌 버려지는 옥수수 대 등을 이용한 에탄올 연구에 임하고 있다.

바이오매스로서 친환경 연료도 좋고 가격이 저렴한 연료도 좋지만 사람이나 가축이 먹을 알곡을 연료로 사용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아무리 경제성이 최우선 잣대가 되는 자본주의 세상일지라도 ‘땔감용 옥수수’는 인류의 보편적 윤리성이나 사회적 감수성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옳은 가치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옥수수 땔감을 가지고 너무 멀리 나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를 않는다. 같은 말을 쓰는 우리의 동포 북한이 옥수수가루 조차 턱없이 부족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 그렇다.

UN세계식량계획(WFP)은 2030년까지 아무도 굶주림 없는 세상을 만드는 ‘제로 헝거(Zero Hunger)’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국 정부와 사회의 협력 속에 분투하고 있다. 2023년 새해가 UN세계식량계획(WFP)이 목표한 제로 헝거를 조기 달성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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