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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에도 탄소중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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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에도 탄소중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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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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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현재 전 세계를 지배하는 키워드는 ‘탄소중립(Net-Zero)’이다. 기후변화의 위기에 직면한 각국이 이제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그 해결 방안의 하나가 바로 탄소중립이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입은 산업 분야는 농업이다. 농민들은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며 그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배추는 생육 적정 온도가 20℃ 내외다. 김치 수요가 늘면서 여름철 배추 공급을 위해 고랭지 재배가 확대됐으나, 2000년대 초 1만ha에 육박하던 재배면적이 2019년 4,980ha로 급감했다. 지구온난화로 재배 환경이 바뀐 것이 면적 감소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반도 평균기온이 1.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2040년대에는 현재 사과 재배면적의 70%,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의 90%가 재배 부적합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농작물의 재배 적합 지역이 북상하고 있고, 아열대기후 확산에 따라 외래 병해충 발생도 늘고 있다. 친환경과수를 재배하는 농민들은 몇 년 전부터 이른 봄 냉해로 꽃이 얼어 열매를 못 맺는 고충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는 우리 농업이지만 아직도 탄소중립 실천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더욱이 편리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계․농약․비료 등 농자재를 과다 사용하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안타까움은 더 커진다. 더 늦지 않기 전에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저탄소·생태농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의 특별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법령·제도부문에서 친환경농업법의 개정을 추진해야한다. 현행 유기·무농약으로 한정돼있는 친환경농업 활동을 환경보전에 기여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친환경농업국 신설, 민간협의체 설립 등 탄소중립 전략을 주도하는 친환경농업 조직체계의 보강이 필요하다. 

둘째, 탄소중립을 위해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친환경농업을 확대해야 한다. 벼 재배 시 발생하는 메탄(CH4)의 배출량은 630만 톤(2018년), 비료 사용에 따른 농경지 아산화질소(N2O) 배출량은 547만 톤(2018년)에 이른다. 논물의 체계적 관리, 용수관리 자동화, 비료 감축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원 감축 기반을 위해 바이오차(Biochar;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로 유기물과 숯의 중간 성질을 갖도록 만든 물질)투입 등 저탄소 친환경농법을 보급해 토양의 중화와 산소 저장능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 농업·농촌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한다. 모든 농기계의 전기 동력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보전·주민 수용성·농촌환경 등을 고려해 추진하고, 유휴부지와 생산·유통 시설 등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지원해야한다. 또 농식품 유통·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선 지역 푸드플랜과 로컬푸드를 연계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지역 내에서 먼저 소비될 수 있는 선순환 체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설원예와 축산에 스마트기술을 보급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면서 불필요한 농자재 투입을 최소화해야한다. 정보통신기술(ICT)·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팜 기술을 확산하고, 경축순환경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가축사육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저메탄 사료적정사용, 적정사육밀도 유지, 사육기간 단축 등도 시행해야 한다. 아울러 지능형 농기계․로봇 등 차세대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사업도 박차를 가해야한다. 

‘탄소중립’은 우리 땅에서 기후변화를 진정시키고 안정된 농업생산을 유지하는 데 필연적 과제다. 가장 훌륭한 대안이 바로 저탄소·친환경생태 순환농업이다. 이제 환경과 공존하는 농업의 시대로 가야 한다. 안전한 먹거리로 행복한 국민건강에 기여하고 농촌경제가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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