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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도 바이러스 진단키트로 질병 예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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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농업도 바이러스 진단키트로 질병 예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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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1.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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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최근 이상고온·저온·가뭄·폭우 등 기후변화, 국제농산물교역 증가, 시설재배 면적확대 등 농업환경 변화에 따라 돌발 바이러스병의 피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1998년 수박 농가는 중국에서 들어온 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퍼져 463㏊에 이르는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고추의 ‘칼라병’이라고 불리는 ‘토마토반점위조바이러스병’이 2003년 충남 예산에서 처음 발생하더니 전국적으로 확산돼 고추뿐 아니라 피망, 토마토, 국화 등 다양한 작물에 지금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사람에게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이나 에이즈(AIDS) 등이 있듯이 원예작물에도 치료가 아예 불가능한 불치병이 바이러스병이다. 현재 800여종 이상의 식물바이러스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는 모든 원예작물도 한 가지 이상의 바이러스병이 발생되고 있다.

바이러스병은 일단 감염되면 전 세계적으로 약제에 의한 직접적인 치료방법은 없다.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작물을 신속하게 제거하고 건강한 묘종을 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히 파악하는 일이야말로 일 년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자체기술력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진단키트의 원리는 미세한 나노 크기의 금 입자(직경 40㎚)에 바이러스 특이적 항체를 부착하고 결합반응 원리를 이용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진단 방법은 작물의 잎을 따서 으깬 후 즙을 진단키트에 떨어뜨리기만 하면 된다. 진단키트에 한 줄이 나타나면 음성, 두 줄이 나타나면 양성이다. 항원․항체 기반원리를 활용한 것인데 2분 이내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채소작물 바이러스 진단 정확도를 95% 이상 높였다.

2007년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개발한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오이·멜론·호박·수박·고추·토마토·가지·배추·무·상추 등 10개 작물 17종의 바이러스를 사전 진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2007년 1,080개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전국 농가에 무상으로 19만5천여개를 보급했다.

또 박과작물 3종 바이러스(오이녹반모자이크바이러스, 수박모자이크바이러스, 호박황화모자이크바이러스)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는 다중진단키트도 개발해 단일진단키트보다 진단 시간을 4분 단축하고 비용도 22% 절감시켰다. 새로운 진단기술 기반의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이용해 고위험 바이러스병을 예찰하고 국내 과수 우량묘목을 생산하는 바이러스 진단기술도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이 쾌거로 바이러스병 조기 진단예방으로 농가가 고품질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로 연결되는 농작물 질병인 만큼 진단키트 보급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아주 크다. 매년 피해 절감액은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 15년간 피해를 줄인 금액은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국산 진단키트개발로 연간 2억 원의 수입 대체효과를 얻었고, 우리농산물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였다. 외국산 진단키트는 냉장 보관할 때 최대 1년 정도 사용하지만, 제작기술 고도화로 품질을 높인 국산키트는 실온에서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외국산 진단키트는 평균 1만3,000원 정도인데 국산 진단키트는 3,000원에 불과해 비용은 77%가량 줄었다. 바이러스 진단이 손쉽고 정확해지면서 생리장해 등 유사 증상으로 잘못 판단해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비료나 약제 오남용에 의한 농업생태계 오염을 막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액은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현재의 원예작물 바이러스 진단키트는 과채류 중심이다. 화훼나 약용 작물 등 다양한 작물 바이러스를 사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보급해 농작물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역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우리나라다. 농업 분야에서도 그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기대해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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