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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양잠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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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양잠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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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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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양잠업(養蠶業)은 뽕나무를 길러 누에를 사육하여 고치를 생산해 생사(生絲;생실)를 뽑아내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 세계 3대 잠사(蠶絲)생산국으로 위상을 떨쳤는데 당시 밭두렁이나 산자락 어디에도 뽕나무가 그득했고 심지어는 농사짓는 밭에도 줄을 맞추어 뽕나무가 심어졌다. 양잠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주역으로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고조선(古朝鮮) 시대에 양잠이 시작된 것으로 ‘한서지리지(漢書地理志)’에 기록돼있다. 삼한과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양잠이 더욱 발전되고 장려됐다. 중국은 기원전 3,000년부터 누에를 이용하여 옷감을 얻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때는 누에를 장려하기 위해 왕비가 궁궐에서 직접 누에에게 뽕잎을 따서 주는 ‘친잠례(親蠶禮)’를 거행했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에도 뽕나무를 심었는데 오래된 뽕나무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 현재 롯데월드가 있는 송파구 ‘잠실’의 지명은 누에를 뜻하는 ‘잠(蠶)’으로 조선시대 초기에 양잠을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우고 종자를 나누던 잠실(蠶室)을 두었던 데서 유래됐다. 서초구 잠원동에도 조선시대 초기 심은 뽕나무가 서울시 기념물 1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불과 60여 년 전만 해도 이들 지역은 뽕나무와 누에로 가득했다. 옛날 보릿고개 시절에 농촌 지역 자녀의 등록금은 누에 농사를 지어 조달할 정도로 보배 같은 존재였다.

우리나라의 뽕밭면적은 1976년 8만2,876ha, 생사생산은 1만5,258톤, 생사수출은 2억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1980년엔 3만6,614ha로 1976년 대비 44%로 줄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 2018년 446ha로 1976년 대비 0.5%로 쇠퇴했다. 생사생산 주요국으로는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호주, 인도, 브라질, 태국, 베트남 등지이다. 이중 중국이 세계 총생산량 9만 톤 가운데 60% 이상을 점유하며, 수출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양잠산업은 1990년대 이후 대체섬유의 개발과 생사 수입 자유화 등으로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농촌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농업임금 상승, 논과 밭작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약사용 증가는 양잠산업 여건을 더욱 악화시켰다. 특히 값싼 중국산 생사 수입으로 국내 잠사가 경쟁력을 잃으며 양잠산업이 급격히 붕괴됐다.

이런 양잠산업이 최근 생명공학기술과 결합해 기능성 식품, 의약품 분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바이오·메디산업으로 ‘입는 실크’에서 ‘바르고, 먹고, 치료하는’기능성 양잠산업으로 전환되면서 농가 소득 향상과 국민 건강에도 기여하고 있다.

양잠 농가들은 현재 생사제조용 누에고치 생산을 중단하고 고치를 짓기 전 누에를 동결 건조해 건강 기능성 보조식품의 원료로 공급하고 있다. 당뇨에 좋은 ‘누에분말 혈당강하제’의 개발이 대표적 예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개발된 것이 누에동충하초, 누에그라, 실크화장품, 실크비누, 치약 등이 있다. 실크 단백질막은 사람의 고막 조직과 물리적 성질이 가장 흡사하고 소리 전달이 용이해 인공고막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또, 뽕잎의 칼슘은 녹차의 6배, 가바(GABA;뇌세포 대사 기능을 억제하여 신경 안정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경 전달 억제 물질)는 10배, 루틴(rutin;고혈압이나 뇌내출혈을 치료하는 약재)은 약 4배가 많아 골다공증 예방, 변비 치료,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풍을 제거하고 열을 내리며 피를 서늘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되어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레스베라트롤 등이 풍부해 피부탄력 증진에 좋을 뿐 아니라, 칼슘․철분․아연 등이 들어 있어 건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양잠산업은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니다. 정부는 각별한 관심으로 의약재 개발, 실크 단백질을 이용한 산업, 의료용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방면으로 양잠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해야한다. 정예 양잠농가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 스마트 양잠기반을 확고히 조성해 21세기 바이오산업을 주도할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후대에 영원히 물려줘야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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