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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땜질식 추석물가대책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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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땜질식 추석물가대책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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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3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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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모두에게 행복한 명절이다. 1년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시점. 풍족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명절이다. 거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까지 모두의 마음이 풍요롭다. 농경민족인 우리는 수확의 계절을 맞이해 조상에게 성묘하며 풍년에 감사했다. 그 해 마을에서 농사를 잘 지은 집이나 부잣집을 찾아가면 술과 음식으로 일행을 대접했다. 풍년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이런 풍요의 대명사인 추석을 맞는 농민들의 표정이 예년과 다르다. 심한 봄 가뭄에 이어 6월부터 찾아온 이른 고온 현상과 폭염으로 감자, 양파, 마늘 등 봄 작물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8월에는 중부지방에 일일 최고 300mm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논과 밭, 하우스에 농작물 침수, 과수 낙과, 농경지 유실·매몰 등 1,750여ha가 피해를 입어 추석 판매를 앞둔 농작물을 폐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가축도 8만1,879마리가 폐사했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단가가 크게 올라 농가 경영이 어려워졌다. 실제 수도권 농업 현장의 경우 여성노동자 1인 기준 하루 인건비는 지난해 8만원에서 올해 13만원대 이상으로 올랐다. 여기에 고물가로 파이프, 비닐 등 농자재와 유류비도 20~50% 상승했다. 봄 가뭄 때문에 논·밭에 물을 대기 위한 관수 작업에 수백만 원대의 추가 비용도 발생했다. 아직도 지난해 생산한 쌀 재고가 넘치는데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깊은 수심(愁心)에 차 있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정부가 이런 추석 물가 민생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을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다고 한다. 비축물량 방출을 통해 배추나 소고기, 명태 등 20대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소의 1.4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양파와 마늘 수입 확대도 추진한다. 또 650억 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쿠폰도 발행해 20개 성수품 가격을 현재 수준보다 7.1%가량 낮춰 지난해 명절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 제시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러한 정부의 추석 농축수산물 수급과 물가안정정책에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오르면 마치 전체 물가 상승의 주범인 듯 몰아가며 농축수산물 수입확대, 관세인하 등 반농업적 수급 방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농축산물 수입으로 가격을 억제하는 것은 농민들에게 인플레(inflation)부담을 안기고, 식량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매월 통계청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발표되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늘 언급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가계의 월평균 소비액을 1,000으로 보고 총 소비지출 중 구입비중이 큰 458개의 상품 및 서비스 품목들을 선정한 후, 각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가중평균해서 나타내는 수치다. 그 중 78개 농축수산물 가중치는 1990년도에 162였으나 2017년 기준으로는 65.4로 크게 감소했다. 즉, 도시 가구에서 소비액 1,000원을 지출할 때 농산물 구입에는 겨우 65원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1이고 서비스와 기타상품의 가중치는 551.5로 농축수산물에 비해 월등히 높다.

​농축수산물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했다고 말하는 것이 오해라는 사실은 개별 농축수산물 품목별의 가중치를 보면 더욱 확연히 알 수 있다. 물가상승 원인으로 자주 언급되는 쌀은 1,000 중에 겨우 4.3, 배추는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휘발유는 23.4. 휴대전화통신비는 36.1, 월세는 무려 44.8을 차지한다. 예를 들면, 도시가구가 월 평균 1,000원을 지출할 경우 쌀 구입에는 4.3원, 배추는 1.5원을 쓰지만 휘발유는 23.4원, 휴대전화 통신비에 36.1원을 쓴다는 것이다. 지금 쌀값은 가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매년 맞는 추석이지만 대목 수요는 줄고, 여전히 정부의 추석 물가 및 수급안정대책은 농축수산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매년 되풀이 되는 정부의 땜질식 물가 및 수급안정대책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농축수산물 생산 초기부터 수급을 조절하는 효율적 시스템을 구축해 물가안정도 이루고 국내농업도 보호하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얻어야 한다. 농민들의 심정을 생각하면서 추석물가에 대해 마음을 다시 잡아 본다.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우리 농축수산물을 지켜 주겠는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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