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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 값 하락 해결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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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쌀 값 하락 해결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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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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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 속에도 쌀값이 한없이 추락중이다. 수확을 앞둔 들녘에 풍년가가 울려 퍼지기는커녕 긴장감마저 감돈다.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 수확 후 쌀 처리 문제를 근심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당 4만2,522원이다. 지난해 10월 5만5천원까지 오른 후 지속해서 하락하다가 지난 5월부터는 최근 5년간 평년 가격인 4만 7천원 밑으로 떨어졌다. 올해 쌀값은 데이터 축적 이후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쌀값 하락은 과잉 공급에 있다. 지난해 전체 쌀 생산량은 388만2,000t으로 예측 수요량인 361만t보다 27만t가량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를 20년간 미룬 대가로 매년 외국산 쌀 40만8,700t을 의무 수입해야 한다. 국내 쌀생산이 과잉인 상태에서 수입은 계속되니 과잉공급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에 서구화된 식생활 변화로 밀가루 소비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쌀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도 쌀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2000년 93.6㎏에서 2021년 56.9㎏으로 급감했다. 20년 만에 거의 반 토막 난 셈인데 1인당 하루 소비량으로 따지면 즉석밥(200g) 1개에도 못 미친다.

정부는 쌀 가격안정을 위해 작년 산 쌀 과잉생산분 27만t을 매입한 것에 이어 지난 7월 10만t을 추가 매입해 시장격리 조치를 취했지만 쌀 값 하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생산은 늘고, 수입은 계속되고, 소비는 줄어드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우선 논농사를 밀, 보리, 콩, 옥수수(사료용 포함), 전분원료용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로 바꾸는 작목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이런 작목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른 작물대비 높은 쌀 소득이다. 2020년 1㏊당 쌀 소득은 732만원으로 콩 512만원의 1.4배, 밀 59만원의 12.4배 많다. 노동 투입 시간 역시 1㏊당 쌀 87시간, 콩 151시간, 밀 34시간으로 투입 시간 대비 소득이 높다. 쌀은 1시간당 8만4,000원인데 콩은 3만4,000원, 밀은 1만7,000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벼농사는 대부분 기계화가 이뤄지면서 고령화가 진행된 농가에도 유리한 시스템이다. 이에 농민들은 다른 작물보다 벼농사 재배면적을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벼 재배면적을 줄이려면 논에 콩이나 밀을 재배해 쌀과 동일한 소득을 내야 한다. 밀 재배로 쌀만큼 시간당 소득을 내려면 밀 소득이 1㏊당 286만원(밀노동시간 34시간×쌀시간당소득 8만4,000원)은 돼야 한다. 따라서 논에다 밀을 심을 경우 현재 1㏊당 50만원씩 지급하는 이모작 직불금을 250만원까지 추가 지급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쌀과 다른 작물과의 균형을 통해 곡물자급률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1% 미만이다. 일본이 밀 자급률을 4%에서 17%까지 끌어올린 것은 적극적인 가격지원과 및 소득지지 정책으로 밀의 수익성을 보장한 덕분이다.

두 번째로는 주식용 쌀 이외에 가공용 쌀, 전분용 쌀(분질미;가루 성질을 가진 쌀) 재배를 장려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최근 주식용 쌀 소비는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가공용 쌀 소비는 늘고 있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고, 편의성이 높고, 영양을 간편하게 챙길 수 있는 쌀 가공식품을 다양하게 개발해야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춘 즉석밥이나 컵떡볶이, 쌀막걸리, 글루텐 프리(Gluten free)를 강조한 쌀 과자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이들과 연계한 쌀 요리전문점을 프랜차이즈화하거나 전문타운을 조성해 쌀 소비를 이끌어야 한다.

쌀은 식량안보의 보루(堡壘)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이 폭등해도 우리가 견딜만한 이유는 쌀 자급률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20%밖에 안 되는 현실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식량 확보와 환경에 유익한 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논 면적을 유지하면서 주식용 쌀 생산량을 줄이고, 다른 곡물의 재배 확대가 절실하다. 쌀 농업과 농민 그리고 한국인의 ‘밥심’은 동시에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지탱하는 생명줄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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