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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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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낙엽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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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낙엽
                 - 정민시作
 
난 자유다
 
오늘도 미래도 자유다
수액을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경쟁했던 일
 
이젠 모든 것을 비웠다
 
나의 몸은 깃털보다 가볍다
바람의 콧김에도 가볍게 날아가고
갈 곳을 몰라 더욱 신이 난다
 
가을 하늘보다 맑고 넓은 부푼 마음
난 자유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나무는 살기 위하여 잎을 만들어 탄소동화작용을 하며 산소는 뱉어내고 탄소는 들여 마셔 영양으로 삼는다. 
동물에게는 그야말로 신이 준 생명의 선물이다. 
지구에 식물이 먼저 생성되어 어느 정도의 산소가 만들어진 뒤에 동물이 생성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물주가 산소까지는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물, 특히 사람은 나무에 기대어 삶은 유지한다. 
나무가 없다면 단 얼마도 버티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다. 

잎이 나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며 희로애락을 반복하는 사람의 삶에 나뭇잎이 주는 배려는 한이 없다. 
나무는 활엽수와 침엽수로 구분하는데 침엽수는 주로 북쪽에 살고 활엽수는 남쪽에 사는 종류가 많다. 
그중 활엽수는 봄을 맞이하여 잎을 피우고 가을에는 잎을 떨어뜨려 겨울에 대비하는 잠에 든다. 
낙엽성인 활엽수와 상록활엽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에는 주로 낙엽활엽수가 많다. 

정민시 시인은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활엽수 앞에서 지는 잎을 보며 삶의 마무리 부분을 그려내었다. 
나무는 가을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일하여 겨울을 대비한다. 
왕성한 활동을 접고 떨켜를 만들어 스스로 잎을 떨군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다. 
사람은 청소년기가 지나면 경쟁의 사회에 뛰어들어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러다가 삶의 말년에 이르러 쉰다. 
이때의 쉼은 자의적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이뤄지므로 서럽기 짝이 없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일까지 멈춰야 하는 순리는 고난과 슬픔을 동시에 준다. 

그러나 시인은 호방하게 소리친다. 난 이제부터 자유다.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이젠 모든 것을 비우고 남은 생을 즐겁게 보내리라. 

하지만 서글픈 노래다. 큰소리를 치지만 누구나 갖는 비애다. 
그러나 어쩌랴 삶은 영원하지 않은데. 
그래도 이렇게 큰소리를 쳐야 진정한 삶은 사는 것이리라.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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