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 정순영作
새싹들이 하늘을 우러르니
보슬보슬 봄비가 내리네
해맑은 소망들의 기도에
이슬이슬 은혜비가 내리네
참 빛을 머금은 영혼들의 머리위에
거룩거룩 고상한 지식비가 내리네
같은 말을 쓰는 성령들이
위에서 부르시는 부름을 좇으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자랑자랑 기쁨비가 땅을 적시네
[시인 이오장 시평]
우리말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따라오지 못할 의태어가 많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아름답고 고상하다. 모든 국민이 가장 선한 인성을 갖추고 자연의 모든 사물을 품어서 언어의 정점을 이뤄내는 인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물이나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여러 움직임이나 상태를 그대로 흉내내는 것을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글로 표현하여 그 뜻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정신문화의 척도다.
하나의 모양인데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불러도 서로가 소통하는 언어가 우리글이고 우리말이다.
하나의 정신세계를 구축하는 단결력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발음 체계와는 확실히 다른데 그것을 이해하는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게 뜻을 이해하는 우리말의 특성과 과학적인 문자 체계는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언어다.
보글보글, 바글바글, 부글부글, 버글버글, 빠글빠글, 뽀글뽀글 등은 전부가 무엇이 끓는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모두가 하나로 알아듣는다. 얼마나 경이로운 언어인가.
정순영 시인은 거기에 성령을 향한 믿음의 공통어를 하나 덧붙였다.
새싹이 하늘을 우러르니 보슬비가 내리고 소망의 기도에 이슬이슬 은혜비가 내린다.
은혜에 보답하는 경배에 거룩거룩 고상한 지식비가 내리고 그리스도의 성령을 품고 사는 것이 자랑스러워 자랑자랑 기쁨비가 내린다.
이런 표현은 나약한 사람을 사랑으로 강하게 키워낸 예수그리스도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의도가 포함 되지만, 우리말의 우수성을 세계만방에 알리려는 목적을 가졌으며 날마다 성령의 말씀을 품고 사는 시인의 정신세계를 고백한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