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맨드라미
- 유정남作
자궁 속에 검은 꽃을 피웠다는
그녀를 면회하러 가는 길
도로변 화분에 불꽃 맨드라미들이 피어났다
매연의 도시, 좁은 틈 속에서도 살 수 있게
바닥으로 납작 키를 낮추었다
고향집 마당에서
마음껏 구름을 키우고 붉은 왕관을 피우던 꿈이
몸을 뚫고 나와
소름 돋은 살갗으로 햇살 아래 이글거린다
해마다 새로운 화분 속에 자신을 옮겨 심었던 그녀
스스로 몸집을 줄여가는 방법을 알아버린
피 묻은 이력서
하나씩 이파리와 꽃을 떼어내고
줄기를 잘라간다
상처난 꽃잎들이 희망의 주사를 기다리는 병실
바람으로 떠돌다 검붉은 자궁을 드러내고
벽 앞에 핀 서른의 그 여자
가만히 꽃대를 당겨본다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의 뇌는 210억 개의 뉴런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게 많은 뇌세포 중에 약 10%만 사용한다는 연구도 있으나 그것을 전부 믿지는 못한다.
만약에 뇌에 이상이 생기면 10%만 제거하고 나머지 90%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뇌는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 1%만 이상이 생겨도 전체가 문제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전체 인구 중의 10% 정도가 행복을 느끼며 건강하게 살아간다.
78억 명 중 10%를 제외한 90%가 불행할까를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다.
행복의 척도는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남이 판단하지 못한다.
그러나 10%의 지수가 전체의 불행지수를 넘을 때가 있다.
아픔지수다. 뇌의 1%만 죽어도 수명이 다하듯 사람의 행불도 10%의 발병으로 전체가 슬픔에 빠진다.
이것은 생활의 전파를 타고 전체에게 영향을 미처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사람의 병은 행복지수와는 다르게 90% 사람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유정남 시인은 사람의 행복지수와는 별개로 아픔지수를 저울질한다.
언어의 자존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10%의 아픔지수를 90%로 넓혀 사람 사이를 벌려놓은 관계를 좁힌다.
병문안 가는 길에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맨드라미의 삶을 발견하고 구름을 키우고 붉은 왕관을 꿈꾸던 한 여인의 삶을 조명하여 사회 전체에 붉은 신호를 보낸다.
누구라도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 아픔이 일시적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라면 모두가 슬퍼해야 한다.
상처 난 꽃잎들이 희망의 주사를 맞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
100%에서 10%가 아파도 전체에 영향을 주고 10%의 죽음은 사회 전체를 넘어지게 한다는 시인의 우려는 기우에 불가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지인의 병세를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면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시인의 여정을 따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