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황희찬 등도 유럽 축구리그서 '인종차별'적 발언・제스처에 몸살
토트넘 메이슨 감독 대행 "누구든 선 넘는다면 처벌 필요" 분노 표출
마요르카 감독, 이강인에 "중국인 뭐해"...황희찬 "인종차별, 누구도 겪어선 안돼"
2023년 K리그 첫 인종차별 상벌위 개최...1경기 출장정지에 그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년 전 헤드라인 뉴스를 통해 '과거 속 오늘'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더 발전했는지, 답보상태인지, 되레 퇴보했는지 점검해보고자 한다.
[뉴스 타임머신-10년 전 그날]
2013년 6월 29일 인권위 "김태균 '유먼 발언'은 인종차별"
지난 2013년 6월 29일은 두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스포츠'와 '인종차별'이다.
● 인권위 "김태균 '유먼 발언'은 인종차별"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김태균 선수가 인종차별 발언으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공식 경고를 받았다.
인권위는 김태균 선수가 롯데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 선수를 언급하며 ‘검은 얼굴과 흰 치아’ 발언을 한 것이 인종차별에 해당한다며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각 구단에 공문을 발송해 재발 방지를 공식 요청했다고 2013년 6월 29일 밝혔다.
김 선수는 2013년 6월 10일 '네이버 스포츠 라디오볼'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까다로운 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유먼씨라고 대답하고 "얼굴이 너무 까매서 마운드에서 웃을 때 하얀 이와 공이 겹쳐 타격이 어렵다"고 이유를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에는 롯데팬들의 진정 6건이 접수됐다.
인권위는 “사건이 김태균 선수의 사과로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발언으로 사료된다”면서 “선수와 직원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향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종차별 등 각종 인권침해 예방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2013년 6월 27일 발송했다.
● 손흥민·이강인·황희찬 등 유럽 축구리그서 인종차별 '몸살'
유럽 축구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국가대표인 토트넘 손흥민, 레알 마요르카 이강인, 울버햄튼 황희찬은 축구실력과 무관하게 경기 중 '인종차별'적 발언·제스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누구든 선 넘는다면 처벌 필요"···토트넘 메이슨 감독 대행, 손흥민 인종차별에 분노
토트넘의 메이슨 감독 대행이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했다.
메이슨 감독 대행은 2023년 5월 13일(한국시간) 영국 풋볼런던 등을 통해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해 경고했다. 메이슨 감독 대행은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공격에 대해 "손흥민은 환상적인 사람이자 나는 손흥민을 사랑한다"며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을 보게 되어 슬펐다"는 뜻을 나타냈다.
메이슨 감독 대행은 "우리는 손흥민과 경기장에 있는 선수들의 편에 서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삶을 바치는 사람들이다. 누구라도 선을 넘게 된다면 처벌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지난 6일 영국 런던 토트넘핫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22-23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 인종차별 공격을 받았다. 손흥민이 후반 44분 교체 아웃된 후 크리스탈 팰리스 원정팬 앞을 지나는 순간 크리스탈 팰리스의 관중석에 자리잡은 한 관중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를 해 논란이 됐다. 눈을 찢는 행동은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행위로 비난받는 행동이다.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공격 이후 토트넘은 '어떤 종류의 차별도 혐오스럽다. 우리는 경찰과 크리스탈 팰리스와 협력해 인종차별을 한 인물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인물이 가장 강력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경찰에 증거를 제출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클럽으로부터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역시 '프리미어리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반대한다. 누구도 손흥민 같은 학대를 당해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지난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그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인종차별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찢는 제스처로 인종차별 공격을 했던 첼시팬이 첼시로부터 평생 출입 금지 징계를 받았다. 영국 법원 역시 해당 인물에게 3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 처벌을 내리기도 했다.
・"중국인 뭐해"···마요르카 감독, 이강인에게 인종차별 발언 논란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강인(마요르카)의 소속팀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서슴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 5월 22일 트위터에서 공개된 마요르카의 훈련 장면 영상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됐다. 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둘러싸고 벌어진 인종차별 문제가 확대됐다.
해당 영상에서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은 이강인을 향해 "Que haces chino(중국인 뭐해)"라고 외쳤다.
여기서 'Chino(치노·중국인)'는 북중미와 남미에서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마요르카에서 이강인을 'Chino'라고 부르는 건 일상처럼 보인다.
2023년 5월 11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된 '그저 신난 장난꾸러기 이강인'이라는 제목의 훈련 영상에서도 이강인의 슈팅이 빗나가자 주변에서 이강인을 'Chino'라고 불렀다.
이강인은 2021년 한 유튜버와 인터뷰에서 "스페인에서는 동양권 사람을 보고 'Chino'라고 한다"며 인종차별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한편 2023년 3월 12일 이강인은 레알 소시에다드와의 경기에서 '주발'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강인이 골을 넣었으나 중계화면에 잡힌 관중은 인종차별 제스처를 취해 SNS를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울버햄튼 황희찬, 인종차별 논란에 "누구도 겪어서는 안돼"
황희찬은 2022년 8월 2일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단, 스태프, 동료, 팬분들 많은 응원 메시지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 동료들과 후배들, 이 세상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황희찬은 포르투갈의 알가르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시즌 포르투갈 2부 리그 SC 파렌세와의 친선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뒤 페널티킥 동점골을 기록하는 등 후반 23분 교체까지 활약했다.
하지만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황희찬은 이날 경기에서 관중석의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들었다. 황희찬의 소속 클럽 울버햄튼도 공식 성명서를 통해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상대방과 관련 당국에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경기 직후 울버햄튼 구단이 낸 공식 성명서에는 "파렌세와의 친선전에서 우리 팀의 한 선수가 상대팀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의 대상이 됐다는 보고를 받고 매우 실망했다"면서 "우리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이 사건을 보고하고 상대구단과 관련 기관에 조사를 요구할 것이다. 이 사안과 관련해 피해 선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적 행위도 용납될 수 없으며 결코 가벼이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결코 해서는 안될 행위를 팬을 발본색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과거 차범근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박지성, 안정환 등 유럽에서 뛴 선수들은 유럽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던 사실들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인종차별 단어가 언급되는 박지성의 응원가인 '개고기송'은 손흥민, 황희찬 경기에서도 관중들이 불러 논란이 됐다.
● K리그 첫 '인종차별' 상벌위···1경기 출장정지에 그쳐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3년 6월 22일 오후 2시 축구회관에서 제6차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울산 소속의 박용우, 정승현, 이명재, 이규성과 구단 팀 매니저 등 5명이 출석했다. K리그가 출범한 1983년 이후 인종차별과 관련된 상벌위원회는 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연맹은 박용우, 이규성, 이명재에게 출장정지 1경기와 제재금 1500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 대화에 참여했지만 인종차별 언급을 하지 않은 정승현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 구단에는 팀 매니저의 행위와 선수단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어 제재금 30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앞서 다섯 사람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걸 선수와 팀 매니저가 놀리며 사건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북현대에서 뛰었던 태국의 사살락(부리람 유나이티드) 실명까지 거론했다.
논란이 커지자 박용우, 이규성과 구단 팀 매니저는 각자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상처받은 사살락과 관계자,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부회장인 이청용은 최근 열린 2023년 제2차 이사회에서 "소속팀 울산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6월 22일 '인종차별' 논란 선수들 대표팀 발탁에 대해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항상 선수가 우선"이라면서 "선수 이전에 사람으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 선수들은 항상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내가 앞에 나설 것"이라며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매일신문] 김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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