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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콰이강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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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콰이강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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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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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콰이강의 다리
               - 고화순作
 
어둠이 내리는 칸차나부리
많은 사람들이 철교를 걷고 있다
타이 방콕과 미얀마 양곤을 잇는 다리 
굴절로 얽힌 철재 사이마다
연합군 포로 희생의 핏빛이
세월을 삼킨 밀림과 어우러져 있다
푸른 물속은 알 수 없지만
포로수용소로 걸어오던 지친 걸음들이
숨결과 함께 토해내던 휘파람 소리 
녹슨 철골에 맺혀 흐느낀다
침묵 속에 반짝거리는 전쟁의 참상
허구와 실상 괴리감의 상처는
굽이쳐 흘러가는 계곡물에 깊이 물들어  
시간을 거슬러 흘러가고 있다
녹물에 젖은 철교 가장자리 난간으로
기차를 피해 비켜서는 사람들은
피 흘린 병사들의 소리와
계곡물 속에 섞인 철마 소리를 구분할 수 있을까
밀림을 지나는 바람은 대답이 없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전쟁은 많은 상처를 남긴다. 
이족은 물론 동족까지 참혹하게 집어삼키고 역사의 기록에 핏빛을 남긴다. 
그 후유증은 물질적보다 정신적으로 더 남아 많은 세월이 흘러도 회복하지 못하며 그 기록에 의한 상처를 후대에 전한다. 

특히 전쟁 중에 포로가 된 병사들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통을 당하는데 콰이강의 다리는 그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포로들에 의해 만들어진 밀림 속 다리는 지금도 불가사의한 역사로 남았는데 일본군들의 포악성을 다시 일깨워 주는 역사의 증거다. 

전쟁 중 포로들의 기록을 기반으로 쓴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은 영국군과 일본군의 갈등을 아주 실감 나게 표현하여 영화화되었을 때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세계의 명작으로 남았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악질 포로감시원이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으로 표기되었는데 고릴라를 닮은 조선인, 잔나비 닮은 조선인 등으로 묘사되었으며 전쟁이 끝난 후에 그들은 사형당하여 우리에게 부끄럼을 안기기도 했다. 

고화순 시인은 그 현장에 당도하여 전쟁 당시의 실상을 온몸으로 느꼈다. 
실제로는 연합군에 의해 파괴되어 후에 다시 건설되었으나 소설과 영화로 인한 강렬한 인상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밀림 속에서 포로들의 신음이 들려올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시인은 그런 곳에 찾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서 인간의 포악성과 괴리를 발견하였으며 전쟁이 남긴 교훈을 다시 일깨운다. 
여행은 체험의 배움을 주며 그 배움은 몸과 정신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일치되어 진정한 인간상을 그릴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담아낸 작품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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