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세상읽기 199] “믿던지 말던지 그렇게 알아라”하는 것인가
상태바
[세상읽기 199] “믿던지 말던지 그렇게 알아라”하는 것인가
  • 서길원 大記者
  • 승인 2023.07.19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길원 大記者

“실수하고 잘못했으면 시인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와 해괴망측한 변명으로 둘러대면 국민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지금 형국이 바로 그렇다.”

한꺼번에 쏟아진 폭우로 지하차도가 침수되거나 산사태가 발생해 나라가 초토화되고 수십 명의 국민이 참변을 당했다. BBC나 CNN 등 주요 외신들도 한국의 홍수를 톱 뉴스로 다뤘다. 그런데 재난 발생시 컨트롤타워를 자처한 대통령은 부재했다.

“국내 집중호우로 국민들의 목숨이 떠내려가고 있는데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꼭 갔어야만 했느냐”라는 물음은 주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외국 정상들도 본인들 나라에서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계획된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갔다. 프랑스의 트뤼도도 그랬고.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도 G7중 중간에 귀국했다. 권력자가 국민을 섬기는 처신의 기본이자 어려움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통령은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지 않고 예정된 일정을 채웠다. 물론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수 있다. 곧바로 귀국이 더 합당하지만 ‘국익’의 판단에 따라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태도다. 국민들의 질문에 대통령실에서는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 방문 기회가 없을 것 같았고,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다”고 했다.

“대통령이 돌아간다고 해서 무얼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은 국민을 주권자로 생각하는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지금 서울로 간다고 해서 이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정해진 일정대로 하고 가면 되지 뭐가 그렇게 문제야”라며 국민을 상대로 삿대질하며 따지고 드는 꼴이다.

대통령실의 해명은 국민들이 어렵고 힘들 때 위로해주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우선적으로 지키는 대통령이라는 믿음이 무너지는 순간의 확인이다.

재난상황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건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무능을 자백한 셈이다. 이태원 참사 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내가 나서야 할 일이 아니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국민들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더 황당케 한 일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은 채 프라다나 돌체앤가바나, 구찌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는 명품샵에서 쇼핑을 했다는 리투아니아 한 매체의 보도에 대한 해명은 가관이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가 가게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물건을 사지 않았다. 옷 가게에 들어갈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호객을 해서 그런 거다”고 해명했다.

이걸 믿으라는 건가. 아니면 “믿던지 말던지 그렇게 알아라”하는 것인가, 참으로 기가차고 황당하다. 도대체 국민들의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길래 이런 것을 해명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명품샵이 무슨 호객행위를 하며, 대한민국의 경호가 호객행위에도 그렇게 쉽게 뚫릴 만큼 허술하다는 말인가. 대통령도, 대통령 부인도 실수할 수 있고 잘못할 수 있다. 실수하고 잘못했으면 시인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와 해괴망측한 변명으로 둘러대면 국민들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지금 형국이 바로 그렇다.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변명과 억지의 궁여지책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수는 묘수가 아니라 수 중에서도 가장 하수에 속한다. 더구나 속이 훤히 보이는 수는 자충수일 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공자의 제자 자공(自貢)이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공자가 답했다. 자공이 또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民無信不立)"라고 했다.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