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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구를 깨우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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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구를 깨우는 소리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2.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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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지구를 깨우는 소리
                   - 조규수作
 
내 아내를 사랑하는 놈
밤이면 몰래 찾아온다

허락도 없이 아내의
이곳저곳을 훑어보다가

제 놈이 좋아하는 곳에서
번개를 친다

으악!
지구를 깨우는 비명

두 손에 고양이 얼굴
열 손톱에 고양이 발톱 씌워 전쟁을 한다

무례한 놈
아내의 장단지를 함부로 드나들다니

씩씩거리며 그놈을 잡아내면
그녀는 어느새 평화의 잠이 든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역사 이래로 아내를 가장 사랑한 남자는 누구일까. 
양귀비를 사랑하다 나라를 망친 당 현종, 장녹수를 사랑하다 쫓겨난 연산군, 왕비를 너무 사랑하여 후궁을 두지 않는 조선의 현종, 드러나지 않았지만 자기의 아내를 사랑하다 미쳐버린 사람도 있고 아내가 죽자 따라 죽은 사람도 아주 많다. 

그런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의 가슴 속에 뿌리를 두고 삶의 길을 등한시하기도 한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현재도 진행형으로 그런 남자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 중 한명이 조규수 시인이다. 
너무나 지고무상한 사랑을 베푼다. 

지구는 시속 1,678km로 돌아간다. 
그 속도를 사람이 느낀다면 아무도 살 수가 없다. 
다행히 그것을 못 느끼므로 사람은 지구에서 살 수 있다. 
그만큼 지구는 크고 광대하다. 

그런 지구를 깨우는 소리가 있을까. 
행성의 충돌이나 태양의 폭발로 인하여 지구가 흔들릴 수도 있으나 지구를 깨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데 시인은 지구를 깨우는 소리를 들었다. 
얼마나 반가웠을까. 
남자가 아내에게 가장 큰 사랑을 느낄 때는 어느 정도 살아가다 병석에 누웠을 때다. 
이때는 회한에 젖어 동안의 고난을 떠올리며 지극한 사랑을 느낀다. 

조규수 시인은 그런 아내 곁에 있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지만 의식이 없을 때가 많다. 
아프다는 소리라도 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데 그런 소리도 내지 못하는 사랑하는 아내를 어떻게 할까. 
이렇게 모기라도 몰래 찾아와 피를 훔칠 때 무의식에서 소리치며 깨어나는 아내는 너무 사랑스럽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게 지구를 깨우는 반가운 소리다. 
시인은 아내를 사랑하는 최고의 남편으로 지구를 깨워 멈춤 없이 돌게 하는 사랑을 펼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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