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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이불 被(피)의 실존과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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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이불 被(피)의 실존과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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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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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AI시대 ‘생산자의 한국어’를 위한 인문학적 발상

KBS 뉴스9 진행자가 “피습 당한 이재명 대표가...”라며 황당한 어법의 틀린 말을 한 것을 지적한 본 칼럼에 대한 반응은 ‘그럴 수도 있지.’부터 ‘그럴 수가 있어?’까지 여러 모습이었다. 

언론(인)은 언어(한국어)의 생산자 또는 가공자다. 언중(言衆) 즉 한 언어를 함께 쓰는 군중인 ‘보통사람들의 한국어’와는 다른, 정제(整齊)된 언어를 써야 하는 직책이다.

‘피습한 이재명 대표’ 또는 ‘습격당한 이재명 대표’로 쓰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는 제안(提案)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그렇게 중요한가? 사실이 중요하지.”하며 시비를 건 필자를 타박하는 말씀도 있었다. 말하고자 한 뜻(내용)이 중요하지 그 말의 법칙(어법)은 덜 중요하다는 것, 각자가 알아서 들으면 된다는 것이리라. 

그럴까? 그 ‘관대(寬大)함’은 한국어의 정밀도(精密度)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안 된다. ‘말’은 ‘사실’을 실어 옮기는 틀이면서 사실 그 자체다. ‘마음을 그린 것’이 말인 것이다.

피습(被襲) 같은 한자어(漢字語)는 우리말글의 속뜻을 짊어지고 옮기는 바탕 중의 하나다. 漢字 출신으로 우리말의 중요한 갈래 중 하나가 된 것이 한자어다. ‘오픈’이나 ‘파이팅’과 같은 영어(英語) 출신 외래어(외국어)와 같은 역할이나 자격으로. 엄연한 한국어다.

이런 얘기에 한숨부터 내쉰다. (영어보다) 어렵단다. 안 배웠으니 당연하지. 한자(어)를 쓰지 않을 수는 없을까 하소연도 한다. 말과 글에 관해 늘 생각하는 필자도 동감이고, 공감한다. 

얘기한다. 지금 이 글에 한자어가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보자, 그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건 가능할까, 되레 그 작업이 더 어렵지 않을지 등을 질문하는 것이다. 지금(只今) 漢字語 포함(包含) 가능(可能) 작업(作業) 질문(質問) 등은, 한자가 바탕인 한국어의 한자어다. 

필자도 되도록이면 곱고 바른 토박이말, 순(純) 우리말로 글을 쓰고자 노력한다. 독자 여러분도 그런 마음과 자세일 것으로 생각한다. 또 기대한다. 

그러나 아닌(안 되는) 것은 당당하게 외래어(한자어)로 써야 한다. 우리는 한국어를 국제 언어세계의 ‘갈라파고스’에 가두면 안 된다. 한국어의 국제어로서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來日(내일)에 해당하는 순 우리말이 현대어에는 없다는 것이다. 문화의 바탕을 지을 철학에 관한 명제(命題)겠다. ‘내일’이 없는 우리말이라니... 

‘하제’가 고려 때 來日의 뜻 우리말이었다고 한국어의 역사는 가르쳐준다. 이 시리즈의 제목 ‘하제별곡’에 들어있는 하제다. 이렇게 일부러 옛말 ‘하제’를 불러 쓰는 것도 의미 있으리라.

그러나 한자 來日이 바탕이 된 한자어 ‘내일’도 우리말이니 써도 좋겠다. 우리말은 커야 한다. 오픈처럼 투머로우(영어)도 드맹(프랑스어 내일)도 우리말로 쓰면 왜 나쁘랴. 구미 등 해외에서 kimchi(김치)가 사전에 오르는 등으로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옹졸한 (문화적) 열등감일랑 지우자. 당연히, 한자(어)에 대한 자세도 당당해야 한다. 실은 어렵다고 회피하면서 ‘한자는 중국문자니까’ 하는 식으로 둘러대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오래된 과거, 아시아 대륙에서 우리 겨레 선조들도 다른 겨레와 함께 만들어 썼던 것이 한자의 기원(起源)인 갑골문이었다. 역사적 개연성(蓋然性)을 말하는 것이다.

말글의 생산자, 즉 언론인 작가 공직자 연구자 등은 한국어의 속뜻을 늘 명상하는 것이 옳다. 보통사람들도 제 말글의 바탕을 곱다 여기면 좋으리라. 

AI는 이미 한자어의 역사도 안다. 이재명 대표가 ‘피습(被襲) 당한’ 사태의 또 다른 의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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