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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명실상부(名實相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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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명실상부(名實相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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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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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살생이 ‘열반’이야? 사물의 이름이 뜻을 잃다.

명실상부(名實相符), 명칭과 실제가 상호(相互) 부합(符合)한다는 말이다. 남자 ‘간판’ 쓴 여자가 펜싱 여제(女帝)와 결혼한다 했단다. 부합하지 않으면 뭘까? 사기, 거짓? 

符는 부신(符信)이니 잘 맞아야 한다. 어떤 표시를 한, 대[竹 죽]같은 것을 쪼개 나눠 가진 다음 나중에 맞춰보고 서로 (한편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역사나 설화에서도 등장하는, 합법성 담보의 ‘장치’라고나 할까. 군사 암호도 부신의 활용이랄 수 있겠다. 

직업군 등 어떤 분야 내부에서(만) 쓰이는 ‘용어’도 마치 부신의 역할처럼 여겨져 심한 경우 대중들은 이질감(異質感)이나 위화감을 느낄 수 있겠다. 불교에서 죽음을 이르는 ‘입적’이나 ‘열반’이 그런 사례일까. 

‘이러이러한 것이나 경우’를 ‘무엇’이라고 하자는, 일종의 약속인가? ‘조작적(操作的) 정의(定義)’라는 논리학의 용어를 떠오르게 하는, 비유(比喩)라고도 하는 어휘들이다.

‘고요하고 쓸쓸한 지경에 들어선다.’는 입적(入寂)은 승려의 죽음을 이르는 불교의 언어다. 원래 ‘큰 깨달음’의 뜻인 열반(涅槃) 또한 높은 승려의 죽음을 이른다. 죽어서 깨달았을까? 

최근 (고위직을 지낸) 승려의 주검이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것을 전하는 언론이나, 보도자료를 내는 ‘불교계’의 언어들에 대해, 불교를 잘 모르는 일반인 특히 한자를 배우지 않은 젊은 층은 황당함마저 느낄 듯하다. 용어처럼 쓰인다지만 명실상부한 언어는 아니다. 

높이 대접하는 뜻을 (죽음에) 표현하다보니 막상 그들(불교인)들이 부처님 섬기듯 모셔야할 대중 즉 사람들이 괴리(乖離)와 당혹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엄연히 현실세계에서 쓰이는 말이나 생각이니, 좀 씁쓸하긴 해도 그런가보다 하며 넘겨야 할 말일 것이다. 

‘자승(慈乘)’이란 법명(法名)에 자비(慈悲 사랑)의 거룩한 뜻을 담은 그 스님이 자신을 살생(殺生)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세상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일부에서는 그 덕성(德性)을 일종의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가 보더라. 

이런 생각은, 물론, 부덕(不德)한 어리석음의 소치(所致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성(聖)스러운 종교의 상황이더라도 말(언어)은 현실의 왜곡이거나 과장된 장식(粧飾)이어서는 아니 된다. 자칫 (착각이라도) 자비의 부처님 욕보이는 행실로 보일 수 있으니.

‘마음이 가난한 자’라는 기독교의 어떤 이름(이미지), 요즘 정치계의 ‘원칙과 상식’이란 이름(캐치프레이즈 또는 구호)도 이런저런 생각을 부른다. 

‘승리’라는 연예인을 기억한다. 한자로 어찌 쓰는지 모르나, 혹 ‘이긴다’는 勝利(빅토리)라면, 뜻은 참 훌륭하나 넘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의 하는 바는 승리인가.

‘희망브리지’라는 재해구호단체가 이러쿵저러쿵 언론 입길에 오르내리더라. 희망의 다리라는 착한 뜻은 ‘승리’처럼, 명실상부한가. 재계에선 ‘준법과 신뢰위원회’(카카오)라는 이름도 떴다.

가령 ‘상헌’이란 이름이 한자로 尙憲이라면 ‘헌법(憲法)과도 같은 세상의 큰 원칙을 숭상(崇尙)한다.’는 뜻이니, 대개 그의 부친(들)의 염원(念願)이겠으나, 스스로도 그 짐 무겁겠다. 유행인가, 요즘 언론인이나 작가 그룹에서 때로 눈에 띄는 이름이다.  

‘SG워너비’라는 가요계의 이름도 떠오른다.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노래(1970)로 유명한 ‘사이먼과 가펑클’을 닮고 싶다(wanna-be)는 뜻이라고 했다. 들어보니, 노래 이쁘다.

이름은, 사물의 본질을 회피(回避)하는 언어적 유희(遊戲)여서는 아니 된다. 명실상부는, 이름처럼, 경건한 뜻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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