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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수능 부정과 ‘기회의 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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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수능 부정과 ‘기회의 균등’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11.2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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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시험에서의 페어플레이-그 문화적, 시대적 차이

최근 한 사안(事案)의 언론 보도 개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의 부모가 감독관(교사)의 학교로 찾아가 항의한 것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서울의 한 학교에서 수험생이 시험 종료 신호음이 울렸는데도 답을 적으려고 했다가 적발됐다. 학부모가 ‘제 아이가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감독관이 근무하는 학교로 찾아갔다. (힘이 있는) 변호사라며, 보복하겠다는 뜻을 표현했다고도 알려졌다.

조 교육감은 SNS에 “감독관은 규정에 따라 부정행위를 적절하게 적발했다.”며 “같은 방의 감독관 동료 3명도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감독관인 교사를 협박하고 피케팅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며 명예훼손 협박 등의 범죄행위로 본다.”고 지적했다...>

의아해 할 분들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리라. ...아 글쎄, 아이(수험생)가 끝까지 안간힘을 다 해 시험에 임하는 것은 가상한 것 아닌가? 야박하게 그런 걸 부정(不正)으로 보다니...

미국의 공적 기관이 시행하는 시험 현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저런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시험 매뉴얼(지침서)을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한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균등(均等)한 기회’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퀄 오퍼튜니티(equal opportunity)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었다. 시험장에서 경쟁하는 이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페어플레이 규칙을 시험의 (가장) 중요한 의미로 명문화(明文化)한 것이다.

신호음이 울리면 감독관(들)은 ‘스탑 라이팅(stop writing·필기금지)’을 외친다. 모두 펜을 놓았는지 확인한다. 두 손을 앞으로 내밀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무조건’ 실격(失格)이다. 감독 역시 이 규정 등을 지키지 않으면 ‘감독의 자격’을 잃기 십상이다. 

지금도 미국시험의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저런 ‘비극’이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런 부정행위가 있으나 한국만큼은 아니라고 한다. ‘야박하지 않니?’하는 우리의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感天)아니냐,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저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본다. 그 수험생 부모의 상황(심정)일 것이다. 억울하겠지. 일면(一面) 안타깝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온정주의는 아직 저런 경쟁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미국과 우리의 문화적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도 치열한 생존경쟁의 반영으로 저런 엄격함이 요구되는 상황이 됐다. 젊은 층이 구미(歐美) 문화에 더 익숙해진 까닭이기도 하겠다. 

감독관이 저 상황을 방치하거나, 말로만 지적하고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면 필시 다른 수험생들이 항의했으리라. 문화적 차이 말고도 시대적 차이로도 이해돼야 하는 대목이다.

저 ‘온정(溫情)주의’가 어쩌면 따뜻하게 (잘) 사는 이들,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배운 사람들의 ‘무기’가 되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없는 사람들의 얄팍한 주머니까지 탈탈 터는 부익부 빈익빈의 (신)자본주의적 상황, 곧 함께 종말을 당기는 망조(亡兆) 아니냐. 

공정한 경쟁을 위한 의식의 변화는 이치이고 원리다. 함께 잘 살자는 것이 기조(基調)다. 옛 중국의 주역(周易)이나 우리 역사가 빚은 정역(正易)의 易인 것이다.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반동(反動)이 기후재앙, 핵(核) 바다, 전쟁의 시대를 빚고 있음을 바로 볼 일이다.

우리 청년들은 이제 변화하여 공정한 바탕에 서자. 현실에 주저앉지 말고, 부서진 바탕을 고치자. 생각하라. 그대들의 세상을 하릴없이 기성(旣成)의 음흉함에 앗길 것인가.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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