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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급물살을 거스르는 그들의 자만(自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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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급물살을 거스르는 그들의 자만(自滿)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7.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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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아주 커다란 저수지에 말(馬)과 소(牛)를 동시에 던져 넣으면 둘 다 헤엄쳐서 육지로 나온다. 말의 헤엄 속도가 훨씬 빨라 거의 소의 두 배의 속도로 땅을 밟는다.

그런데 장마철에 강물이 불어나면 소와 말의 운명이 엇갈린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소와 말이 빠지면 소는 살아서 나오는데 말은 익사하고 만다는 것이다.

말은 헤엄을 잘 친다는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강한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으려고 물을 거슬러 헤엄쳐 올라가려 한다.

1미터 전진했다가 물살에 밀려 1미터 후퇴한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 말은 이처럼 거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결국 힘을 다해 익사하고 만다.

하지만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다. 물살을 등에 지고 함께 떠내려간다.

그 자리에서 맴돌지 않고 계속 떠내려가다 어느새 강가의 얕은 모래밭에 발이 닿고 나서야 온 힘을 다해 물에서 빠져나온다.

헤엄을 두 배나 잘 치는 말은 몰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힘이 빠져 익사하고, 헤엄이 둔한 소는 물살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다 조금씩 강가로 나와 목숨을 건지게 된다. ‘우생마사(牛生馬死)’의 교훈(敎訓)이다.

소의 지혜(智慧)는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흐름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말의 자만(自慢)은 ‘순리를 거슬러서 오직 자신의 능력만 믿고 밀고 나가면 필경 재앙을 당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미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 과방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역주행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 단독 개원과 함께 핵심 상임위원장 독식에 이어 검찰청 폐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는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찰 수사·기소 분리와 관련, 법무부와 검찰, 법원, 시민사회 등 의견 청취를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검찰개혁 법안을 이달 중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윤 의원은 공소 제기와 유지를 담당할 공소 기관인 공소청을 신설하고, 검찰을 공소청과 중수처(중대범대수사처), 국가수사본부 3개로 쪼개는 내용이 담긴 공소청 법안을 발제했다.

중수처를 따로 두는 전제하에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두고, 검사 사무를 총괄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범죄 대처 역량만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11일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기자들에게 “현대 사회는 사회·경제적 복잡도 상승으로 인해 조직 범죄, 부패 범죄, 경제 범죄 수사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그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권 폐지, 중수처 설립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나라 수사 제도에 어려움을 초래, 고비용 저효율을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청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은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그 사람들에 대해 국회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정당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 중수처 등을 주장하며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도 “민주당의 검찰개혁 TF가 공청회를 열고,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자칭 ‘검찰개혁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겠다며, 대한민국 법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모든 행위는 ‘이재명 지키기’가 비이성적 검찰 흔들기 시도로 전개된 사례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이 검사 탄핵으로 모자라 이제는 보복을 위해 검찰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의석수에 도취 되어 송두리째 망치고 있다. 민주당의 뜻대로 흘러간다면 대한민국은 경찰, 검찰, 공수처, 중수처, 특검, 특별감찰관 등 수사만 하다 세월을 다 보내는 우스운 사법시스템을 보유한 나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거대 의석을 앞세운 과욕(過慾)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있다.

감사원과 국가정보원의 힘을 빼 주요 기능을 약화할 수 있는 감사원법과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등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다 무산된 이른바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박범계 의원 등 52명이 지난달 감사원 사무처의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거나 감사 결과에 대한 수사 요청 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고, 직무감찰 결과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한 내용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현 정부 기관의 기능을 무리하게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감사원은 과거 전현희 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받은 감사 때문에 사적 보복을 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가 감사원의 직무에 개입해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절망의 오늘’을 ‘희망의 내일’로 바꿀 수 있다면 제가 가진 무엇이라도 다 내 던지겠다”며 8·18 전당대회에서의 대표직 연임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정치권의 당면 과제에 대해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역행하는 지금의 민주당의 모습에서 그의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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