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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능력을 상실한 소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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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능력을 상실한 소년법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7.09.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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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청소년보호법이란 명목 하에 나쁜 짓을 일삼는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일어난 부산 사하구 여중생 폭행사건을 보아서라도 더 이상 우리는 청소년을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하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보호법은 폐지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주장의 ‘소년법 폐지’청원 글이 올라왔다.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을 필두로, 미성연자의 잔혹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이 글이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뒤 그 동안 25만 명이 이상이 소년법 폐지 청원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소년법 폐지 청원글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일 오후 8시30분 부산 사상구의 한 공장 앞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 부산 모 여중생 3학년 A양(14) 등 4명이 다른 학교 여중생 2학년 B양(14)을 잔혹하게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여중생들이 잔인하게 A양을 폭행하는 모습이 인근 CCTV에 모두 녹화됐고, 피투성이가 된 피해자의 사진과 그를 조롱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고, 그 모습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확산되면서 국민의 공분은 거세지기 시작됐다.

이후 1주일 사이에 강릉과 아산에 이어 서울에서 지난 7월 중학교 1학년 여중생이 돈을 구해오라며 요구하던 2학년 여중생 8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소년법 개정의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는 ‘만14세 이상’이냐 ‘이하’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소년법, 형법에 따라 미성년 범죄자는 ‘범죄소년(만14~만19세 미만), 촉법소년(만10~만14세 미만), 범법소년(만10세 미만)’ 등 세 부류로 나뉜다.그중 범죄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만 소년법 특례 규정이 적용돼 최대 형량이 제한된다. 살인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면하고,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징역형도 20년이며, 징역형을 받으면 성인 범죄자와 분리돼 소년 교도소에 수용된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보호관찰, 의료기관 송치,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않은 사람(만 14세 이하)을 ‘형사미성년자’로 분류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소년법에 따라 ‘법령 저촉 행위를 한 만10~만14세 미만인 ‘소년’은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때문에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은 형사처벌, 보호처분으로부터 모두 자유롭다.
 
가해 학생 4명 모두 같은 학년으로, 이들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생일이 지나지 않은 한 학생은 만13세로, 촉법소년이 되고, 나머지 3명은 범죄소년이 된다.
 
1958년 7월에 제정된 ‘소년법’은 법적 처분으로부터 자유로운 연령을 만 12세 이하로 정했다. 이후 2005년 밀양 여중생 사건 등 소년 강력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2007년에 만 10세도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연령을 낮췄으며, 소년법이 적용되는 연령도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췄다.
 
당시 개정된 ‘소년법’의 제1조(목적)에서 소년법은 ‘반사회성(反社會性)이 있는 소년(19세 미만)의 환경조정과 품행 교정(矯正)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10대들의 잔혹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성인들의 사건보다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과 강릉 집단 폭행사건 가해자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으로 드러난 가운데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이 저지른 학교폭력이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에게 제출한 ‘전체 학교폭력 검거자 현황’에 따르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검거된 청소년은 지난 2012년 2만3877명에서 지난해 1만2805명으로 5년 새 46% 감소했다. 그러나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교 밖 청소년은 같은 기간 2055명에서 5125명으로, 2.5배 증가했으며, 전체 학교폭력에서 학교 밖 청소년 비중도 지난해 40%를 넘어섰다. 2012년 전체 학교폭력 대비 학교 밖 청소년 비율(8.6%)과 비교해 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전체 소년범(만14~18세) 중 학교 밖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증가, 전체 소년범 중 학교 밖 청소년 비중은 2012년 35%에서 지난해 42%로 7%포인트 상승했다.
 
또, 대검찰청에 따르면 10세 이상 14세 미만 소년범죄자(촉범소년)는 2010년 445명, 2011년 360명, 2012년 856명, 2013년 471명으로 해마다 수백 명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이번 사건뿐 아니라 형사미성년자의 강력범죄가 이처럼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여중생 폭행사건과 관련, 인터넷을 올라온 댓글 중 하나가 눈에 띈다. “30대 댓글 비율이 높다. 앞으로 출산율은 이런 이유에서라도 저조해 질 것이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올바르게 클까” 라며 고민한 내용이다.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피투성이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청와대에 접수된 폐지 국민청원이 25만 명을 넘자 청와대가 소년법 폐지와 관련, 공식 답변을 내놓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달 중순부터 접수된 각종 국민 청원이 1만2000여 건에 이는 가운데 ‘소년법 폐지’ 청원에 가장 많은 국민이 동참하면서 청와대의 1호 답변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폐지 청원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현재 검토 중으로,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지만 법무부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 등 책임 있는 답변이 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통’과 ‘공동체 해체’로 청소년들의 인성이 매우 불안정하다.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해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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