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청한 사회복지사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주들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무척 갑갑해 한다. 나 역시도 바깥 활동이 줄어 더니 몸이 가뿐하지를 않다.
틈나는 대로 딸네 집으로 달려가서 손주들과 함께 동네 산이나 이 골목 저 골목을 쏘다닌다. 손주들에게 못 이기는 척 동네마트에 들르는 것도 괜찮다.
며칠 전 손주들과 한길 가 인도를 걷다가 전봇대 밑에 기대어있는 책 무더기를 봤다.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책들은 하나같이 두껍고 깨끗한 변호사시험대비 법률 서적이었다.
책 주인이 시험에 합격했는지 어쨌는지 잠시 궁금했으나 법전 두어 권만 백팩에 넣었다. 유독 책 욕심이 많은 나는 길에 널브러진 책들을 보면 안타깝다. 요즘에는 폐지 값도 바닥이라는데...
다 읽은 책들은 때맞춰 정기적으로 솎아내지 않으면 책에 치어 버리고 책들은 천덕꾸러기가 되다가 밖으로 버려진다. 이사할 때는 당연히 애물단지 1호다. 나는 전철을 이용할 때면 작은 문고판 책을 항시 휴대한다.
깜빡하여 손에 책이 들려있지 않는 날은 무척 심심하다. 요즘은 어지간한 전철역 역사(驛舍)에는 약속시간을 기다리며 책을 뽑아 볼 수 있는 간이 책장들이 비치되어 있다. 내가 읽은 책을 책장에다가 슬쩍슬쩍 꽂아놓고 역사를 빠져 나올 때면 귀갓길 발걸음이 가볍다. 책 기증 선행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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