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불행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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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불행한 대통령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7.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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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 헌법 제70조에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못 막아 놓은 것이다.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해 실시된 대통령 단임제는 1988년 직선제 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후 지난 33년 동안 우리나라는 내각제와 중임제 등을 두고 논란이 많았으나 아직까지 개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역대 대통령 후보들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도입하겠다고 공약했으나 국민적 공감대 부족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부딪쳐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출방식은 직선과 간선을 거듭해 왔다. 1948년 8월15일 정부수립을 앞두고 실시된 초대 대통령 선거는 그해 5월 실시된 국회의원들이 투표권을 행사한 간접 선거였다. 이후 2, 3대 대통령선거는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직선으로 바뀌었으나, 4대 대선은 1960년 3월15일 부정선거와 4.19 혁명으로 인해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무효로 결정됐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하고 결국 하와이에서 생을 마감하는 불운을 겪었다.

다시 실시된 4대 대선은 국회의원들이 선출하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치러져 윤보선 후보가 당선됐지만 윤 전 대통령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961년 5월16일 군사정변으로 이듬해 3월 중도 하차했다. 1963년 12월17일 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6, 7대까지 직선제로 당선됐으나 8,9대에는 선거인단 투표방식의 간선제를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선제 당시 50% 안팎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간선제 후에 실시된 두 번의 선거에서는 각각 99.9%, 99.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99%의 득표율을 보인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현상이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당시 국무총리였던 최규하 전 대통령이 집권했으나 1년을 채우지 못하고 하야해 최단임의 기록을 세웠다. 제2의 군사정변을 일으켜 집권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11대, 12대 대통령을 지냈으며 당시 간접선거로 실시된 투표에서 각각 99.4%와 90.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을 통해 대통령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해 놓은 제13대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당선돼 처음으로 직선제를 통해 단임의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됐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36.6%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고 문민시대를 연 제14대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41.96%의 득표율로 당선돼 5년의 임기를 마쳤으며 15대 대선에는 김대중 후보가 40.3%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48.9%,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48.7%,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51.5%,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41.08%로 임기 5년의 대통령에 각각 당선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퇴임 과정과 퇴임 후 생활은 비극의 연속이었다. 현직을 제외한 11명의 전직 대통령 중 9명이 중도 하차하거나 퇴임 후 망명과 구속 자살 등의 불운을 겪었다. 정상적인 임기를 마치고 퇴임 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대통령은 김영삼 김대중 두 명 뿐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3년이 지났지만 전직 대통령의 90% 이상이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과 선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직 대통령의 불운의 역사는 끝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과 구금의 역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8월15일 광복절에 단행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8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 남지 않았다. 고령과 장기 수감 중인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석방하고 국민 대통합의 길을 마련하길 바란다. 일각에서 예상하는 차기 대선 후 석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반감을 불러 올 수 있다. 지금이 적기이다.

앞으로 전직 대통령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파렴치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을 제외하고 직무상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민, 형사상 심판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누구 하나가 이를 끊지 않으면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불행의 역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진영에서 추구하는 평등과 자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좌파의 평등도, 우파의 자유주의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다. 대통령의 자리에서 흩어진 진영을 통합하고 국민 화합을 추구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 분열된 국론을 모으고 좌우와 세대, 중앙과 지방 등 흩어진 갈등을 봉합하는데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국민들은 더 이상 불행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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