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세 개의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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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세 개의 화살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9.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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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내년 3월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를 통틀어 20여명의 주자들이 대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실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은 2~3명 내외로 정리되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내년 5월부터 인구 5,100만 명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게 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사실상 절대 권력의 소유자이다. 명목적으로 입법 사법 행정 등이 분명하게 분리돼 있는 민주공화국이지만 대통령이 권력이 독보적이다. 입법부의 수장이 총리가 되고 사법부의 수장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권력구조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때문에 대통령 중심의 권력분산 정책이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지만 당선되면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는 일도,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도 모두가 답보 상태이다. 선거 때 반짝 이슈로 부상했다가 끝나면 바로 가라앉는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통령이 총리와 장차관을 임명하고 군 장성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북한과 적대적으로 대치해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장관도 대통령의 눈치를 봐야하는 정무적 국방행정을 보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그런 국방장관을 보면서 오히려 국가안보를 장관보다 더 걱정해야만 했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권한은 반드시 분산되어야 한다.

세 개의 화살은 우리와 비슷한 성장통을 겪었던 아베 일본총리가 실패했던 정책이다. 일본의 전례를 따라가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는 2012년 12월 제96대 일본총리로 취임할 당시 일본 전국시대의 영주 모리 모토나리의 일화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며 ‘화살 1개는 쉽게 부러지지만 세 개를 한꺼번에 부러뜨리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아베 전 총리는 당시 침체된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공격적인 성장전략 등 3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3가지는 아베총리 임기동안 전략적으로 동시에 추진했으나 어느 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화살 3개가 모두 부러졌다. 그는 대담한 금융정책으로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며 양적완화를 추진했지만 임기 중 한 때 경제성장률이 한 분기 최저인 -6.3%까지 곤두박질 쳤다. 그는 임기동안 4차례의 경제대책을 통해 25조4,000억 엔의 국가재정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중이 234%로 급등했다. 결국 아베는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사퇴했지만 아베가 쏘아올린 3개의 화살은 과녁을 모두 빗나갔을 뿐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다.

‘천개의 화살이 날아와도 세 곳만 막으면 산다.’라는 말이 있다. 전쟁터에서 아무리 많은 화살이 날아와도 머리 목 가슴만 지키면 죽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화살을 맞는 자체가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지만 고난과 시련이 다가와도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있으면 살아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다. 대한민국은 올해 선진국에 공식 합류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고 무역규모도 세계 10위권을 자랑한다. 경제규모를 제외한 국가신용도와 소비구조 등 모든 부분에서 일본을 추월했거나 대등하게 가고 있다.

이제 일본은 우리를 경쟁국이 아닌 비 호감 국가로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치열한 패권다툼을 하고 있고, 그 사이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 선진국 등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국제무대는 아직도 우리를 완전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대통령은 부동산과 양극화 북핵문제 등 부러지지 않는 세 개의 화살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자랑하는 선진국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이 되려면 국내에 남아 있는 치명적인 상처부터 치료해야 한다.

부동산은 이제 서울과 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이 난리다.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에서도 전셋집을 구할 수 없을 만큼 어렵게 됐다. 부동산 3법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졌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독특한 주거양식인 전셋집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세대와 빈부, 좌우, 이념, 사상, 남녀, 지역 등 이분법적인 형태로 나눠져 있는 양극화도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시 개도국 수준으로 떨어지고 인구절벽으로 일본보다 더한 성장통을 겪을 것이다.

그리고 안보와 외교도 국격에 맞는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북한은 핵협상을 위해 미국과 직접 협상을 주도하며 ‘코리아 패싱’을 한 지 오래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 말고 동맹과 친선 관계 등을 명확히 구분해 국격에 맞는 외교정책을 펼쳐야 한다. 세계 10대 경제대국과 선진국 합류 등 우리끼리만 좋아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거기에 걸 맞는 예우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부동산과 양극화 북핵문제 등 3개의 화살이 부러지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이행을 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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