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무 시인
- 김창완 作
싸락눈 녹은 물로 두 눈 씻고
물구나무서서 세상 보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벽을 봐
세상을 이렇게 바꿔 볼까
저렇게 색칠해 볼까
날마다 혁명을 꿈꾸는 과대망상을 봐
밤새워 한 잔 또 한 잔
숙취에서 못 깨어난 생각의 가지들에
한꺼번에 돋아나는 무성한 상상력을 봐
하늘을 가려 버릴 만큼
커다란 꽃구름 머리에 이고
꽃비가 내려도 젖지 않는 몽상가를 봐
[시인 이오장 시평]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
똑같은 사람인데 뭐가 달라 시인이라 부르며 다른 부류의 사람과 구별하는가.
시가 도대체 무엇이 길래 시를 쓰는가.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문제인데 누구나 의문을 갖고 자기주장을 펼친다.
그렇다. 시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다.
삶에서 느낀 어떤 감성을 언어로 표현한 것뿐이고 그것을 넘어 다른 것은 없다.
다만 일반 사람이 표현하지 못하는 감성의 정점을 먼저 느끼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게 시인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감성의 정점을 먼저 알게 되는가.
먼저 보고 많이 가지고 많이 체험했다고 먼저 느끼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보고 함께 얻어도 자극에 대한 느낌은 다르고 그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데는 모두가 능력이 다르다.
그 능력의 한계점에 도달한 사람을 우리는 시인이라 부른다.
한마디로 시인은 감성에서 얻은 느낌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런 시인도 모두가 달라 때로는 기인의 행세를 하든가 틀에서 벗어난 행위를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은 언어의 다른 세계를 맛보기 위한 몸짓이고 정상이라 해도 일반 사람에게는 일탈로 보인다.
그러나 어쩌랴, 시를 쓰기 위한 몸부림인 걸.
김창완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한 모든 행위를 언어로 표현하여 시인의 존재를 부각 시키는 시를 썼다.
남에게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위험한 행위를 자신 속에 가두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실현 불가능한 상상, 무기력한 처지를 한탄하며 한 잔 한 잔 술을 마시고 숙취에 깨어나지 못해도 호기롭게 돋아나는 혁명의 상상력,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꽃구름을 머리에 이고 꽃비가 내려도 젖지 않겠다는 의지의 몽상, 시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모든 것을 망라하여 작품으로 완성 시켰다. 하지만 이것을 말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봄 나무를 새로운 창조를 일으키는 존재로 내세워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얻겠다는 다짐을 보여준다.
이때까지의 모든 상상은 버리고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