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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기억의 창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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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기억의 창고. 3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3.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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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기억의 창고. 3
      - 이신강作

칠십 구세에
숨어 있던 창고를 발견하다니
사랑을 받은 일은 잊어버리고
상처는 잊지 못하네
햇살보다 번개와 우레를
더 기억하는 

세상은 아픈 거였어
아픈만큼 행복했어 

지금도 나는 희망을 살지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은 기억의 동물답게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기억하는 능력으로 지위와 삶의 형태가 형성된다. 
사람의 기억은 타 동물보다 월등하여 자연을 극복하는 쾌거를 이루고 살아간다. 
모든 동물을 지배하는 능력은 기억의 크기에서 생겼고 우월한 힘을 발생시켰다. 

사람 사이에도 기억의 크기에 비례하여 삶의 질이 현저하게 차이가 생긴다. 
그런 기억 중 무엇이 가장 우선할까. 

맛의 기억이다. 맛은 한번 기억하면 평생을 함께한다. 
어떠한 진수성찬을 차려 주어도 어렸을 때 알게 된 그 맛은 잊지 못한다. 

그러나 맛의 기억은 본능에 가깝다. 
사람의 기억은 무한할 것 같아도 한정되어 있다. 
전부를 기억한다면 뇌의 한계를 넘어 터지고 말 것이고 정신질환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일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일을 겪게 되는 사람은 지혜롭게 잊을 것은 잊어버린다. 
그래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진즉에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원히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기쁨과 아픔의 기억이다. 
그래도 기쁨은 쉽게 잊어버리다가 어떤 계기에 의하여 기억하지만 아픔의 상처는 잊지 못한다. 

이신강 시인은 '기억의 창고'라는 제목으로 연작시를 쓰고 있다. 
시인의 평생에서 잊지 못하는 것과 잊어버렸으나 다시 끄집어낸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3편에 이르러 사랑받던 일은 잊어버리고 아픈 상처의 기억을 끄집어내었다. 

그러나 아픔이 아니다. 
인생은 아픔의 연속이고 좋은 일만 있다면 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으로 삶의 정의를 내린다. 

삶은 좋은 일과 아픈 일이 겹쳐 일어나고 그것이 서로 어울려 희망과 행복을 만든다. 
인생 팔십에 이르러 삶의 정의를 그려낸 시인의 가슴에는 뜨거운 강물이 흐른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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