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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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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길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3.3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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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 민윤기作

정상에 오르는 곧은 길일수록
빨리 오르려고 마음이 급해진다
 
돌아서 가는 굽은 길일수록
천천히 앞단추 풀고 걷는다
 
곧은 길에서는
앞사람을 자꾸 앞서 걷게 된다
굽은 길로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뒷사람에게 길을 양보하며
먼저 가세요 길을 내 준다
 
곧은 길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앞만 보고 서두르게 된다
 
굽은 길을 걸어 산에 오르는 사람은
정담 나누느라 벌린 입속으로 들어오는
바람 동무가 되어 함께 산을 오른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설명이 필요 없는 철학적인 시다. 
읽다 보면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게 되어 그래 그렇지, 소리 내어 읽게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개개인의 욕망,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식이 은근하게 흘러 현대인의 고질병인 경쟁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일단 산에 가보자. 
등산로에서 오르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곧은 길일수록 서두르는 모습을 보게 된다. 

훤히 보이는 길이라 생각하고 높이를 잊고 뛰다시피 걷는다. 
그러나 곧바로 지쳐 쉬게 되고 오히려 천천히 걷는 사람들에게 뒤처진다. 
돌아서 가야 하는 골짝 비탈길에서 보면 정상이 보이지 않는데도 천천히 걷는다. 

아직 멀었다는 여유가 생겨 느긋한 마음가짐이 되는 것이다. 
삶에서 정상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남보다 높이 오르고 멀리 가는 것이며 많이 가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훤하게 보이는 데 있다. 훤히 보이는 것이라 빨리 쟁취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 

그래서 서두른다. 이게 문제다. 
급하게 뛰다가 망하고 욕심에 의해 죽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전부가 경쟁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의식에 남을 앞서려고 온갖 술수를 동원하며 무력을 행사한다.

민윤기 시인은 이것을 지적한다. 
뒷사람에게 양보하는 것이 빨리 가는 것이며, 곧은길보다 굽은 길을 찾아 여유를 갖는 게 참된 삶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위를 보지 말고 보이는 숲을 동무삼아 여유롭게 걷는다면 숲의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어 건강에 좋고 남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어 원수질 일도 없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참된 삶인지를 한 편의 작품으로 승화시킨 시인의 가슴에서 여유로운 걸음이 보인다. 
이제부터 서두르지 말아야 하겠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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