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인 지난 5월 4일(현지 시각) ‘빅 스텝(Big step│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0.25~0.5%에서 연 0.75~1%로 0.5%포인트 올린 여파가 한국 가계의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Fed)의‘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예고한 대로 연내에 두세 차례 더 금리를 추가‘빅 스텝(Big step)’ 인상하는 ‘점보 스텝(Jumbo step·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는다면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과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불가피하게 올릴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는 사유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한다. 지난 5월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 소비자물가지수 4.8% 상승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공급망 차질 심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 원에 이르고, 기업부채는 2,650조 원에 달하며, 국가부채는 1,058조 원이나 된다. 이를 합하면 총 5,570조 원으로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263.7%에 이른다.
두 번째로, 대외적인 부분에서 뒤돌아보면 연준(Fed)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일 때는 신흥국에선 ‘긴축 발작(Taper tantrum·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신흥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충격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달러 강세가 강화되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더 이탈하기 쉽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어 주식·채권·원화 값이 동시에 모두 하락하는 약세 금융현상인 ‘트리플 약세’로 나타나며, 외국인 ‘엑소더스(Exodus │ 대탈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으로서는 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기준금리를 적극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11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주요 은행의 고정형(5년 혼합형) 금리는 4.28%~6.57% 수준이다. 신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하는 변동형 금리는 3.17%~5.077%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고정금리 기준 국민은행이 4.28%~5.78%로 하단이 가장 낮았고 우리은행이 4.66%~6.57%로 상단이 가장 높았다. 변동금리는 농협은행이 3.17%~4.37%로 하단이 가장 낮았다. 상단은 하나은행이 3.777~5.077%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보다 고정형 금리 상단이 1%포인트 이상 뛰면서 6%대에 이르자 KB국민은행 등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낮추는 등 조치에 들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빚투·영끌족’의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폭증할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의 비중이 80% 정도로 높아 금리 인상의 충격은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곧바로 이어진다. 지난 달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이자 부담만 1인당 연 16만 원이나 된다. 금리를 연내에 0.75%포인트 올리게 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50만 원가량 더 늘어난다. 여기에다 4.8%의 고물가 상승까지 겹쳐 ‘빚투·영끌족’의 살림살이는 더욱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2.40∼3.90%였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4월 금리는 상단과 하단 모두 1.02%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계산대로 0.25%당 16만 원의 이자가 불어난다고 보면, 가계가 연간 갚아야 할 평균 이자는 1년 새 약 66만9,000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차주 1인당 연간 갚아야 할 이자는 연 373만7,000원으로 매월 31만1,400원을 은행에 지급해야 한다.
가계는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고 금리 인상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도 발등의 불로 들이닥친 주택담보대출 7% 시대를 맞아 ‘빚투·영끌족’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데 역량을 집주(集注)해야 한다. 지난 5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20~40%에서 70~80%를 완화하기로 했다. 주택이라는 충분한 담보가 있음에도 과도하게 대출을 틀어막는 것은 시장의 논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리자’라는 대출 관행을 정착시켜 개인 차주의 부실은 물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 금융시스템 리스크(Risk)를 선제적으로 막아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유지하게 되면, 자칫 고소득자만 대출한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은 소득이 낮을수록 대출 여력이 줄어, 대출 관련 ‘빈익빈 부익부’의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