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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광주-光州와 廣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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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광주-光州와 廣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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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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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어떤 광주냐?’는 질문, 이제는 끝내자.

‘광주에 비가 많이 와서 피해가 심하다.’는 뉴스를 접하며 어떤 이는 “어떤 광주 말이야?” 되물을 것이다. TV의 기자나 뉴스진행자들 대부분이 [광주]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허두(虛頭)만 보고도 광주광역시나 경기도 광주시의 두 ‘광주’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짚었다면, 당신은 한국어의 발음에 관해 상당한 지식이나 관심을 가진 언중(言衆)에 든다. 언중은 ‘같은 말(언어)을 쓰며 사는 이들’을 말한다. 

해답부터 보는 버릇이 있는 이들을 위해 결론부터 지르자. 남도 땅 광주광역시, 광주(光州)의 ‘광’은 짧게 [광주]라고 하면 된다. 광주광역시의 발음은 [광주광:역시]가 된다. ‘광역’의 ‘광’이 긴 이유도 오늘 주제와 관련 있다.

경기도 광주시, 광주(廣州)의 ‘광’은 길게 [광:주]라고 읽는다. 광주광역시(光州廣域市)의 ‘廣’을 길게 [광주광:역시]로 읽은 것과 같은 원리다.

어떤 이들은 ‘광주’라는 한글 철자(綴字)만 보고 같은 글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두 도시 이름은 속뜻을 보듬는 한자(漢字)가 각각 다르다. ‘광주’와 ‘광주’는 같지만, 속은 다른 것이다. 

방송 진행자들이나 일기예보를 전하는 여성 아나운서들도 십중팔구는 이 두 ‘광주’에 차이를 두지 않고 [광주]라고 한다. 언어의 전문가라 할 언론종사자들마저 그 구분에 혼란을 겪는 것을 보면 일반인의 혼란은 더 클 것이다.

좋은 방법, 미루지 말고, 지금 크게 읽어보자. 광역시인 광주는 짧게 [광주]다. 경기도 광주시는 길게 [광:주]다. 다시 새삼스럽게 읽어보자. 또 한 번 읽어서 자신의 잠재의식도 이를 기억하게 하자. 아는 것과 구분하는 것, 대화에서 실제 발음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께는 전에 귀띔한 적이 있다. 방세환 경기도 광주시장께는 아직 면식(面識) 없어 얘기할 기회를 못 가졌다. 각 지방정부들이 이런 내용 잘 활용하기 바란다.

왜 그렇게 발음하느냐고? 그 차이가 왜 생기느냐 하는 질문이 꼭 필요하다.

한국어의 중요 요소인 한자어를 이루는 한자에는 발음의 원칙이 있다. 3,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문자(文字·한자의 다른 이름)의 발음이 꾸준히 변해온 것과 관련 있다. 음운(音韻)에 관한 이론인 음운학이다.

한국어와는 달리 하나하나의 한자는 고유한 높낮이를 갖는다. 평(平) 상(上) 거(去) 입(入)의 4개 성(聲) 즉 4성의 하나를 갖는 것이다. 이는 현대 중국어의 1,2,3,4성 4성과는 다르다. 

한국어 속의 한자어 발음은 한자의 4성에 따라 장단음(長短音)을 구분한다. 평성과 입성은 짧게 단음, 상성과 거성은 길게 장음으로 읽는 것이 원칙이다. 故 최한룡 선생의 국어음운론을 참조하면 더 정밀(精密)한 이론을 만날 수 있다. 

광역시 광주(光州)의 ‘빛’이란 뜻 光은 평성(平聲)이다. 따라서 짧게 소리 낸다. [광주]다.

경기도 광주(廣州)의 ‘넓다’는 뜻 廣은 대개 상성(上聲)이지만 의미에 따라 거성(去聲)이기도 하다. 두 경우 다 길게 소리 낸다. [광:주]다.

光州와 廣州의 관계자와 얘기했더니 나중에 공무원 채용시험에 이런 구분법을 출제할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말글의 주제이자 재료인 것이다. 차츰 털어놓겠지만, 장단음 관련한 혼란이나 문제는 더 많다. 

언론인도 이런 상황 잊지 않기 바란다. 방송의 언어는 시민들에게 교과서와 다름없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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