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흔든다(-손자에게)
- 황선태 作
강물이 품은 달
동그란 모습 그대로이지
강물만 흔들리지 않으면
마음이 품은 뜻
첫날의 모습 그대로이지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하지만 샘 많은 바람이
잠깐 사이
강물도 내 마음도
흔들어 놓으려 하지
강바람이야 어떻든
내 마음의 바람은
내가 막아낼 수 있지
딴전 피우지 말고
미리미리
바람구멍을 틀어막으면 돼
실바람이라도 얕봐선 안 되지
[시인 이오장 시평]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참으로 많다.
그 중에서 꽃을 으뜸으로 치지만 시인들 세계에서는 언어, 시를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러나 시가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온갖 미사구여를 동원하여 언어를 나열 한다고 해서 시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시의 아름다움은 소통이다.
화자가 감동으로 시를 쓰고 독자가 시인의 감동을 그대로 접한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은 사람의 마음에서 오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동으로 시를 읊는다.
그러나 흔들린다면 금세 사라진다.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을 가져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강물에 뜬 달은 아름답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을 준다.
그 아름다움을 사람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품는다.
흔들리지 않는 다면 영원한 아름다움이다.
황선태 시인은 이점을 포착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람이 품은 아름다움을 밧줄로 묶어놓고 강바람이야 어떻든 자신은 당당하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삶 속에 모든 것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하나하나의 소소한 일상도 아름다움으로 포장하여 진정한 마음속에 품어야 강물에 뜬 달도, 시의 아름다움도 다른 이와 함께 할 수 있다고 말 한다.
무엇이든 소소한 것에서 무너진다는 사실과 굳건하지 못하면 무너진다는 진리를 읊어냈다.
삶의 지혜를 손자에게 내린 가르침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