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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숫자와 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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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숫자와 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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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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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럭키 세븐(Lucky 7)'은 왜 행운의 넘버일까? 럭키세븐이라는 말은 미국 메이저 리그 야구에서 7회에 유독 득점이 많이 나온 데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1885년 9월 30일, 메이저 리그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7회 공격 때 타자가 플라이 볼을 쳤는데 마침 강풍이 불어와 날아가는 바람에 홈런이 된 것을 계기로 더욱 행운의 수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반면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은 서양에서 불길하게 여기는 날로서 이 날은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고 믿는 미신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13일의 금요일이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기 때문에(정확하지 않다고 함) 서양에서는 불행을 초래하는 숫자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셉 지토 감독은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1980년 개봉한 '13일의 금요일 4(Friday The 13th, The Final Chapter)'이라는 공포영화를 제작했다. 여자배우 킴벌리 벡(Kimberly Beck)이 주연한 이 영화의 개봉명은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였는데 이 영화로 '13일의 금요일'은 불행의 날짜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 12명의 제자와 예수를 합하면 13명이 되는데 이 13명과 금요일을 합쳐 13일의 금요일이 생겼다는 견해도 있다. 

이런 미신적, 주술적 숫자는 다른 나라에도 있다.노르웨이 신화에는 12명의 신이 초대된 신들의 잔치에 불청객인 13번째 손님이 등장했는데 그 손님이 바로 말썽꾸러기 신(神) 로키(Loki)였다고 한다. 또 최후의 만찬에 참석했던 13명 중 마지막 사람이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라고 한다. 심지어 옛날 영국 해군이 13일의 금요일에 배를 출항시켰다가 그 배가 풍랑을 맞아 사라졌다는 불행한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한때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로 불리는 '예루살렘 바이러스'가 문제 되기도 했다. 이 컴퓨터 바이러스는 1987년에 이탈리아에서 발견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컴퓨터에 잠복해 있다가 '13일의 금요일'에 집중적으로 나타나 COM, EXE 등이 붙은 실행 파일을 파괴하고 지워버리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13일의 금요일 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날은 컴퓨터를 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 외에도 1898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사업가가 자신을 포함한 13명과 함께 13일의 금요일에 저녁 식사를 한 뒤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13일이 아닌 17일의 금요일이 불운한 날이라고 한다. 그 기원은 17의 로마 숫자 표기인 XVII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숫자에서 맨 처음 숫자인 X를 뒤로 옮기면 'VIXI'가 되는데 이는 라틴어로 “살았었다”라는 뜻으로서 “지금은 죽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불운의 징조라는 것이다. 반대로 이탈리아에서는 숫자 13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 문화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는 13일의 금요일을 불운한 날로 여긴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 '13'이라는 숫자 자체는 기독교가 생기기 이전부터 흉수(凶數)로 인식되었는데 거기에 기독교적 이유를 후대에 덧붙였다는 설도 있다.기독교에서는 종파를 막론하고 교리적으로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이 13일의 불행은 어디까지나 유럽 문화권에 퍼진 괴담 내지는 일종의 징크스(jinx)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3일과 관련된 위와 같은 여러 사건들을 종합해 볼 때 13일이 다른 날짜보다 특별히 불행한 날짜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직 기독교 국가들이 많은 서양에서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라는 불확실한 소문이 퍼지면서 13일에 불행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의미를 더하고 더한 결과 굳어진 미신적, 주술적 날짜일 뿐이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등은 4를 죽을 사와 발음이 같다고 하여 싫어하는데 그런 일은 심리적 문제일 뿐 4는 그저 4일 뿐이다. 13일이나 4자가 나쁘다는 선입관념을 가지면 13일이나 4일에 불행한 일이 생길 경우 다른 날짜에 불행한 일이 생겼을 때보다 더 뚜렷하게 기억하게 되므로 불행한 일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한때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차가 막혀도, 누구 때문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13일을 예수와 연관시키듯이 그런 말도 특정인을 연관시킨 말이었다. 결국 이런 일은 인간이 숫자에 미신적, 주술적 의미를 부여하고 인간이 그 의미에 속박되는 순수한 인간적인 문제일 뿐이다. 즉,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속박되는 인간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런 일은 숫자에 그치지 않는다. 신 역시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속박된다. 지구상에 있는 수백만 종의 생명체 중 이처럼 자기가 만든 숫자와 신에 자기가 얽매이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자기가 만든 상상의 세계에 자기가 얽매이는 인간, 그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만물의 막장'인지도 모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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