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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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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새 술은 새 부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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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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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의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의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철학이 달랐던 만큼 집무실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가 사용했던 집무실의 집기와 장식물들을 가장 많이 바꾼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들여놓았던 앤드루 잭슨 7대 대통령의 흉상 대신 노동운동가 세사르 차베스(Cesar Chavez)의 흉상을 들여놓았다. 인종주의 척결과 다양성 존중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잭슨 전 대통령의 인디언 축출정책에 찬성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미국의 제7대 대통령이었던 잭슨 대통령은 백인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예제를 강화하는 한편, “인디언 제거법”을 만들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그들 삶의 터전에서 몰아낸 인물로 악명높다. 실제로 1838년부터 1839년까지 집행된 원주민 강제이주과정에서 체로키 부족(Cherokee) 4,000명 정도가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잭슨 대통령이 몰아붙였던 그런 원주민 강제이주정책은 “눈물의 길”로 불렸고 그래서 체로키 부족과 크리크(Creek) 부족은 잭슨 대통령을 “인디언 킬러”라 불렀다고 한다. 

잭슨 대통령은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 즉 백인 노동자나 농민을 옹호하는 말을 자주 했지만 살던 땅에서 쫓겨난 인디언이나 노예 상태의 흑인들을 두고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보다 넓은 지지기반을 필요로 했던 잭슨 정부는 “잭슨 민주주의”라는 구호를 내걸고 평범한 사람들도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그들의 이익을 정부가 성실히 돌보고 있다고 믿게 하는 신화를 만들어갔다. 

잭슨 대통령은 세련되고 사려 깊은 정치가는 아니었다. 지도자로서 그는 때로 경솔했으며 독선적이고 비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서를 불문하고 종종 한 나라가 크게 성장하고 안정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독단적이고 냉혹한 한편 기득권을 억제하고 국가의 활력을 북돋우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타나곤 했다. 이슬람 아바스 왕조(Abbasids)의 만수르(Mansur) 칼리파,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 조선의 태종(太宗)이 그런 인물이었다. 그러나 왕조 국가가 아니라 여러 지역이 연합해서 만들어진 연합국인 미국은 그에 걸맞는 지도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시대적 상황에서 등장한 자가 바로 강인한 냉혈적 지도자로 평가받는 잭슨 대통령이었다. 

미국 제일주의를 외쳤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잭슨 대통령을 흠모했기 때문에 그의 흉상을 백악관에 들여놓았다. 하지만 그런 인종차별정책을 싫어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잭슨 대통령의 흉상을 철거하는 대신 가톨릭의 사회참여와 좌파이념을 앞세워 미국 노동자와 라틴계 미국인의 권익향상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되는 노동운동가 세사르 차베스(Cesar Chavez, 1927~1993년)의 흉상,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운동의 대모로 알려진 로자 파크스(Rosa Parks),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의 흉상 등, 여성 민권운동가들의 흉상, 그리고 원주민 아파치의 말과 기수를 나타낸 조각상을 집무실에 들여놓았다고 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등, 미국 민권운동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흉상도 벽난로 옆에 배치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바뀌자 백악관의 집기와 장식물도 바뀐 이런 일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이 바뀌면 세상이 달라진다는 인간 세상의 평범한 이치를 재확인시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평범한 이치로 볼 때 우리는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즉,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무엇보다 먼저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관료와 정치인들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오랫동안 구린내 나는 똥밭을 누벼온 악취 나는 자들을 내치고 신선한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새 사람을 앞장세워야 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 기존 정치인들에게 기존 정치의 혁신과업을 맡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혁신과업은 구태에 물들지 않은 새롭고 참신한 신진 인물들에게 맡겨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최후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다. 

세계 2차대전의 영웅이자 영국의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국민의 수준이 우리 지도자의 수준을 결정할 것이다. 썩어빠진 정치 지도자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그런 자들을 정치 지도자의 위치에 앉게 한 국민인 우리의 수준부터 탓해 보자.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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