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윤병화의 e글e글] 역사의 증명
상태바
[윤병화의 e글e글] 역사의 증명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7.1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오늘날 건축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시멘트는 1818년 프랑스 비카(Louis-Joseph Vicat, 1786~1861년)가 천연시멘트를 발명해 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종 6년인, 1424년에 변계량(卞季良) 등이 편찬한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 시멘트 제조법이 나오고, 성종 17년인 1486년에 편찬한 인문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 생산지가 기록되어 있다. 남북한 중에는 북한이 1919년 평양근교의 승호리에 연산 6만톤의 공장을 준공했고, 남한은 1942년 동양삼척공장에 연산 18만톤의 공장을 준공했다. 

석회석은 광물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천년 동안 채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광물 중의 하나라고 한다. 더욱이 석회석의 품질도 우수하고, 시멘트 제조기술도 세계적 수준이어서 시멘트를 건축용 자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시멘트는 철근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건축자재라고 한다. 시멘트는 물과 화합하는 성형과정에서 수산화칼슘((水酸化calcium: Ca(OH)2)으로 변하는 수화반응(水和反應)이 일어난다. 소석회라고도 불리는 수산화칼슘을 물에 녹인 것이 석회수인데 소석회는 강(强)알칼리성으로 철근 부식을 억제해 준다. 이런 점을 알게 된 프랑스의 프랑수아 코이네(Francois Coignet)가 1867년, 철근을 넣은 철근콘크리트를 개발하여 오늘날까지 150년 넘게 철근콘크리트가 사용되고 있다. 

한편, 콘크리트에 포함되어 있는 수산화칼슘(Ca(OH)2)이 대기 중에 있는 탄산가스(CO2)를 만나면 탄산칼슘(CaCO3)이 침전되는데 문제는 그 탄산칼슘이 중성이라는 것이다. 중성인 탄산칼슘은 강(强)알칼리성인 철근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히는 콘크리트 피막(부동태 피막: passive coating)을 중성화시켜 콘크리트의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한다. 철근을 보호하고 있는 콘크리트 피막이 파괴되면 철근이 빗물과 공기에 노출되면서 부식이 빨라지고 따라서 콘크리트의 강도를 약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부식(腐蝕)이다. 철근에 화학적 불균형이 발생되면 산화제일철(FeO)로 변환되면서 부식이 진행되어 철근의 부피가 2.5배까지 팽창한다. 그런 팽창으로 인해 콘크리트의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 더 많은 공기와 물이 침투되고 따라서 철근의 부식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정성도 더욱 빨리 훼손되어 간다.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의 수명은 철근을 감싸고 있는 피복, 즉 시멘트의 두께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옥외 공기에 노출되는 옥외 철근콘크리트의 최소피복 두께는 철근 두께에 따라 40~60mm이며, 실내 철근콘크리트는 20~40mm라고 한다. 철근콘크리트의 수명은 옥외의 경우 평균 50mm일 때 180년, 실내의 경우 평균 30mm일 때 65년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평균 40mm의 피복두께를 가정할 경우 평균 수명은 115년 정도가 된다. 

물론 이 수명은 입지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물에 녹지 않는 탄산칼슘이 이산화탄소(CO2)가 녹아있는 산성 빗물(H2O)과 반응하면 물에 녹는 탄산수소칼슘(Ca(HCO3)으로 변하게 된다. 석회동굴에 있는 종유석(鐘乳石)과 오래된 콘크리트에 붙어있는 하얀 혹 같은 물질 역시 탄산칼슘이 녹아 생긴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런 탄산칼슘이 많이 발견되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콘크리트의 중성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 중성화에 의한 철근과 시멘트 간의 부착력 약화는 콘크리트의 내구성의 약화로 이어진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철근콘크리트의 물리적 수명은 길어야 100년 정도라고 한다.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 같은 석조건물의 경우도 부식 연수가 10배, 100배로 길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풍화되어 무너질 것임은 틀림없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천년, 만년도 찰라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고 핵전쟁이 벌어지면 건축물은 물론이고 인류 자체의 존속마저 문제 될 수 있다. 인생도 무상(無常)이지만 이렇게 모든 건축물도 무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시대에 맞는 인간적 가치일 것이다. 즉, 영원한 최선이 아니라 시대적 최선일 것이다. 수천 년 전 지구 땅의 주인이었던 이집트와 그리스가 지금은 별 볼일 없는 나라가 되었듯이 앞으로 몇 백년이 지나면 오늘날 세계의 주인공인 미국, 러시아,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이 별볼일 없는 나라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나의 미래는 내 하기 나름이듯 우리나라의 미래는 우리하기 나름이다. 이것이 역사의 증언명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미래정책포럼 상임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