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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다음,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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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다음,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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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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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다음, 다음에
               - 박수진作

다음에 하다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다음에 하다가
한 해 가고
두 해 가고
 
한고비 지나면 보자
코로나 좀 그치면 만나자
다음에 언제 다음에
 
그렇게 기약 없이
다음에 다음에 하다 보니
너는 가고 없다
 
다음을 검색해 봐도
너의 행방과 소식
이제 더는 뜨지 않는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약속을 미루면 후회가 남는다. 
살아가며 시간적, 공간적 차례에서 어떤 기준점을 정하고 그 뒤를 따라 이뤄지는 일은 짐작만 할 뿐 미리 알 수는 없다.
 
따라서 일을 미룬다는 건 게으름을 증명하는 일이다. 
다음은 순서가 아니라 뒤따라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순서로 오인하고 자꾸 미루는 일은 반복된다. 
사람의 삶은 역동적이기 때문에 일을 추진할 때는 뒤가 틀릴 것을 미리 계산 했다고 해도 잊어버리기 마련이어서 모든 일에는 후회가 따른다. 

사회생활에는 삶에 의한 수많은 인연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그 일에 대하여 책임과 회피가 따르지만 어느 것 하나도 소홀할 수는 없다. 

가족 간이나 동료, 친구 간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후회하는 일은 빈번하다. 

사람은 정에 의하여 끈끈한 줄에 묶여 살아간다. 
그중 친구라는 존재는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고 정해진 삶의 기준을 넘나든다. 

그런데 지구촌에 엄습한 코로나질병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게 하고 잊게 하였다. 

박수진 시인은 친구가 그리워 다음에 만나겠지 하다가 영영 만나지 못하는 허무를 느꼈다. 

코로나에 걸려 세상을 등졌는지 아니면 코로나를 피하여 안전한 곳에 머무르는지 답답하다. 

진즉 위험을 무릅쓰고 만났더라면 후회가 남지 않을 건데 미루고 미룬 일이 너무 슬프다. 

박수진 시인은 사람이 후회의 동물이지만 후회는 다음으로 미룬 게으름에서 온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지금 당장 친구를 찾아보고 안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를 잃는다는 건 자신을 잃는 것이라고 상기시킨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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