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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괄목상대-눈 비비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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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괄목상대-눈 비비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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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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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한기호 김병주 ‘장군’의 경우, 그 의리 예의는 협잡 아닌가?

국정감사장에서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으로 군대 선배와 후배가 만났다.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과 같은 말이 해병대 출신 아니라도 대충 통하는 것이 군대일 터. 그러나 두 사람이 육사 선후배의 장군 출신 신분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장군(將軍)이 무엇인가? ‘충무공 이순신’ 그 성스런 영웅의 이름 뒤에 붙는 단어가 무엇인가. ‘장군’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예의를 지켜라.”고 소리 지를 ‘장군’은, 없다.  

장군 사이의 예의는 위용(威容)과 인품(人品) 그리고 전과(戰果) 또는 경륜(經綸)에서 나온다. 물론 그 뒷배는 그가 지킨 나라의 사람들이다. 이순신 장군에게 백성과 동료 군인들의 헌신이 절대적이었던 것과 같다. 

국량(局量)이, 배포가 아담한 이들에게나 선후배 가리는 임관(任官) 등의 햇수는 중요할 것이다. 나이나 서열도 논외(論外)라면, 장군의 가치를 재고 서로 눈높이를 겨뤄보는 ‘장치’ 또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중국 고사에서 나온 숙어(熟語 익은말)인 괄목상대(刮目相對)가 그 논의에 관련한 뜻을 보여준다. ‘눈(目)을 비비고(刮) 상대편(對·相對便)을 본다(相)’는 말이다. 

남의 학식 재주 기예 등이 놀랄 만큼 부쩍 커진 것을 (감탄하며) 느끼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무기가 승천(昇天)해 용(龍)이 됐다. 거기서 용들끼리 이무기 시절의 인연을 가지고 선후(先後) 상하(上下) 좌우(左右)를 가린다면 하릴없는 코미디다. 

장군을 대략 이 충무공의 이미지와 겹쳐보는 언어적 습관 때문에 생기는 착시(錯視) 현상이긴 하겠다. 그러나, 괄목상대의 당위(當爲·마당히 그러함)는 세상 일 곳곳에서 삐져나온다. 

상사(上司)로 승진한 후배나 전(前) 부하직원의 ‘사이’를 상정하면 어떤가. ‘내 밑에서 개기던 애가 좀 컸네.’하는 심사를 극복하지 못하면 언제까지나 불편할 것이다.

그 괄목상대에는 당연히 ‘눈’ 즉 안목(眼目·사물을 보고 분별하는 힘)이 필요하다. 모든 그런 ‘사이’에 직위나 점수 같은 측정단위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견(外見)으로, 즉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요소인 인품이나 경륜의 성취(成就)를 측정하는 능력의 필요를 말한다.

다음 인용문은 시사적(示唆的)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놓고 3성(星) 장군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맞붙으면서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장에는 고성이 오갔다.

▲김 의원은 “2년 전에 비해 바뀐 건 정권밖에 없는데 어떻게 국방위원들이 서 전 장관이 조작했다고 주장하느냐”며 “인간적인 의리상 너무하다”고 사실상 한 의원을 겨냥했다.

▲한 의원은 “김 의원은 제가 군단장 할 때 연대장 하지 않았냐.”며 “예의가 있느냐고 하는데 (군) 후배들 보는 데서 하는 행동이 예의가 있느냐...”라고 거칠게 응수했다. (보도 인용)

두 사람 다 ‘세상의 기초’인 괄목상대의 뜻을 몸에 새기지 못했다고 본다. 별을 단, 용이 된 장수라면 서로를 옛 군복(軍服)의 기억으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 게다가 ‘국민의 대표’로서 그 얼굴 자체가 헌법기관 아닌가. 

그 예의나 인간적 의리는 미덕(美德)일 수 없다. 다만 협잡(挾雜)의 첫 계단일 수 있다. 맛난 떡 끼리끼리 갈라먹자는 ‘예의’나 ‘의리’의 결과를, 국민(사람)들은 안다. 괄목상대를 아는, 그들은 협잡보다 현명하다. 항시 ‘사람’이 미덕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언어철학자·시민사회신문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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