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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제 식량안보도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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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이제 식량안보도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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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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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곡물자급률(self-sufficiency rate of grain)은 쌀·보리쌀·콩·사료용 작물과 같은 각종 곡물의 국내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1970년80%, 1980년에는 56%, 1990년43%, 2009년 29%, 현재는 20%까지 떨어졌다. 소비되는 곡물의 80%를 해외수입에 의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쌀을 제외한 밀·옥수수 등의 자급률은 1%가 채 안 된다. 곡물자급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자급률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 성장과 개발로 농지 면적이 대폭 감소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농지 면적은 1970년 229만8,000㏊에서 2020년 156만5,000㏊로 31.9% 줄었다. 전체 농지의 3분의 1이 공장과 아파트, 상가 등이 가득한 도시로 전환됐다. 농지가 줄어 생산이 줄어드니 자급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육류 소비 증가도 한몫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에서 2020년 52.5㎏으로 10배가 늘었다. 육류(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7㎏의 곡물이 필요하다. 우리가 육류를 더 먹는 동안 육류보다 7배나 많은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 식생활이 쌀 중심에서 밀 등 다른 곡물 중심으로 변화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연간 곡물 수요량 2104만t 중 76.6%인 1611만t(2019년 기준)을 수입하고 있다. 세계 7위 곡물 수입국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밀은 미국․호주․우크라이나 3개국의 수입 비중이 무려 78.3%(2019년 기준)에 달한다. 콩은 미국․브라질 2개국 수입 비중이 93.1%, 옥수수는 브라질․아르헨티나․미국 등 3개국 수입 비중이 82.4%에 이른다.

곡물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식량안보에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만약 곡물 공급 국가들이 갑자기 곡물 수출을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식량 공급 체계가 상당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쌀은 자급률이 93%에 달하는 만큼 밥은 어떻게든 먹을 수 있겠지만 육류와 가공식품은 물론이고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소와 돼지, 닭을 기르는 데 필요한 사료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곡물 생산국들의 수출 금지 조치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더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국들은 아직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곡물 자급률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국내 농지면적확대, 작목전환, 이모작 추진 등 정책으로 곡물 자급률 제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럴 때 우리나라와 상황이 가장 비슷한 국가는 일본이 힌트가 될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땅이 좁다 보니 해외 식량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식량안보가 중요한 상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JA)와 종합상사들이 해외에 진출해 농지개발, 곡물터미널, 곡물저장고 등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집중해왔다. 그 결과 일본은 수년째 세계 식량안보지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곡물 자급률도 1980년부터 40년 넘게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1980년부터 40년간 밀 자급률이 1%이하로 급락했지만 일본은 이 기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자급률에 얽매이기보다 일본처럼 식량안보지수를 높일 방안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 방법 중 하나는 해외 농지 개발을 늘려 충분한 생산과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내 곡물반입이 원활하도록 해외 곡물 터미널을 우리기업들이 인수하도록 지원하고 대규모 항만이 건설되고 있는 새만금에 국가차원에서 식량콤비나트(곡물 및 식품에 대한 종합가공유통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해외에서 수입된 식량자원을 식량 콤비나트에 저장하고 다시 국내외로 유통시켜 식량안보를 확고히 다져야 한다. 식량안보가 절실해지는 순간이 온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 문제야 말로 절대적으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의 관심을 당부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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