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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시대, 제도 안착과 윤리 담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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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시대, 제도 안착과 윤리 담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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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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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영화 속 미래의 일이라고 상상으로만 여겨졌던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가 성큼 다가와 현실이 됐다. AI가 사람 대신 뛰어드는 영역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AI가 사람보다 더 뛰어나게 정보를 찾고 보고서를 만들어낸다. 명령어 몇 마디만 있으면 순식간에 시와 소설은 물론 그림까지 그린다. 사람들은 시, 소설, 보고서 등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알고리즘 코딩 등 창작의 세계가 그동안 인간에게만 허락된 별도의 특별 영역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AI의 발전과 함께 이제는 진화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스스로 창작의 영역을 넘보는 시대가 되었다. 공상과학으로 생각하던 영역이 어느덧 성큼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 이러다가 인간의 영역이 점차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섬뜩한 걱정마저 든다.

그러나 볕이 든 곳엔 반드시 그늘도 존재하는 법이 세상이 이치다. AI가 만들어낸 동영상 속에는 진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똑같은 특정 인물이 위험한 발언을 쏟아낸다. AI로 목소리를 복제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아들·딸과 똑같은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와 급하게 돈을 보내 달라면 속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 든다. 더 큰 문제는 AI가 시스템에 파고들어 전력이나 교통 등 공공기능을 교란할 위험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한, 컴퓨터가 부지런해질수록 사람은 자연히 게을러지고, 무신경해지며, 무감각해진다. AI에는 사실 저작권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당장 AI가 생산해 내는 엄청난 결과물들에 사람들은 막상 정신을 못 차리고 감동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외로울 때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먼저 찾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위로를 받고자 한다. 이미 챗GPT는 이런 초보적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은 심리상담 결과물도 내놓는다. 이런 세상이 본격화되면 우리는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조차도 의문스럽다.

급기야 AI 전문가들까지 ‘미래의 충격’을 염려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분야의 ‘대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구글에서 퇴사한다고 지난 5월 1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딥러닝’ 개념을 만들어 AI 개발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받는 힌턴 교수는 30여 년간 AI 개발에 전념했던 걸 후회한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이어 “AI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기 위해 구글을 떠날 것을 결심했다.”라고 전했다. 힌턴 교수는 ‘AI 킬러로봇’의 등장이 두렵다고도 했다. 그는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기에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컴퓨터 코드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그 코드를 스스로 실행하도록 허용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무기’ 또는 ‘킬러 로봇’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AI는 지금까지의 기술뿐 아니라 인류의 삶조차도 바꿔놓을 수 있는 강력한 ‘파괴적 기술(Destructive technology)’로 평가받고 있다. AI 기술이 도약점을 넘어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은 AI의 대장정에 합류하지 않으면 철저한 AI 종속국가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엄중한 시간대이다. 최근 수년간 주요 대기업들이 앞다퉈 초거대 AI를 만들고, 주요 대학에 인공지능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미국·중국 등 AI 강대국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가·사회 자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AI 기술발전과 더불어 미래를 맞이할 관련 제도의 개선, 이를 위한 공감대를 갖춰 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계속 발전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기술 혁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불안감이 현실로 닥쳐온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2027년까지 5년 동안 기존 글로벌 일자리의 23%가 구조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일자리 8,300만 개가 없어지고 신규 일자리 6,900만 개가 새로 생겨 전체적으로는 1,400만 개가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IBM은 최근 업무지원 인력 30%를 AI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고 골드만삭스도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3억 개에 달하는 세계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I 발전으로 대량 실업이 초래될 것이란 걱정은 지나친 기우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과거 기술발전 과정을 돌이켜보면 자동화된 직군에서 오히려 일자리가 더 늘어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재를 필요로 하지만 학교 교육이 낡은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구인과 구직 간의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제는 일자리를 AI에 빼앗길 것을 걱정하기보다 AI를 이용해 생산성과 근로환경의 질을 높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존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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