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칼럼] 김포골드라인 근본적 안전대책 서둘러야
상태바
[칼럼] 김포골드라인 근본적 안전대책 서둘러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4.17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지옥철’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들이 호흡곤란 증세로 실신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압사 공포’에 치를 떨고 있다. ‘지하철’이 ‘지옥철’로 불리고 ‘골드라인’이 ‘골병라인’으로 일컫게 되는 이유다. 지난 4월 11일 오전 7시 50분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10대 고등학생 A 양과 30대 여성 B 씨가 혼잡한 전동차에 타고 있다가 내린 뒤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며 잇따라 쓰러져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았다. 위험천만한 위급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세계적 대도시인 서울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관문인 김포공항역에서 이런 후진적인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게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교통공사 자회사인 김포도시철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승객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혼잡을 겪고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해 12월 21일에도 한 여성 승객이 전동차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김포도시철도 운영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전동차 정원 172명의 두 배가 넘는 370명까지 탑승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9월 개통된 김포도시철도는 경기 김포시와 서울 강서구를 잇는 경전철 노선 2량짜리 꼬마열차다. 김포골드라인은 한강신도시에서 서울 9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총 23.67㎞ 구간을 오가는 완전 무인운전 전동차다. 김포시 인구는 50만 명에 이르고 출근 시간대 김포골드라인 하루 평균 승객 수는 무려 7만 8,000명에 달한다. 그런데 1편성이 고작 2량의 21편성 42량으로 이를 감당해야만 한다. 이러다 보니 김포골드라인 일부 구간(고촌~김포공항)의 최대 혼잡도는 무려 241%나 된다.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인 셈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열차는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해 승객들은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사방에서 누르는 압력에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종종 나온다. 당시 열차에는 한 칸에 300명 이상의 승객들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객들은 압사 사고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과밀 해소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김포도시철도는 승객 과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2월 24일부터 출근 시간대 전동차 배차 간격을 조정해 기존 3~4분에서 3분 7초로 앞당겼다고 한다. 하지만 조처가 워낙 미미해 체감이 잘 안 될 뿐만 아니라  3월 들어 학교가 개학해 이용객이 늘면서 이번 사고에서 보듯 혼잡도는 거의 완화되지 않아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다. 내년 9월부터 열차 6대를 추가 도입해 배차 간격을 2분 30초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승객 수요를 고려하면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28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쾌적한 출퇴근길 조성을 위해 수도권 전철의 기준을 개선하는 등 수도권 전철의 혼잡 관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혼잡도가 높은 김포골드라인은 열차 5편성 추가 투입을 통해 혼잡률을 개선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보름도 안 지나 이번 사고가 일어났다.

근본 원인은 김포 한강신도시 등 인근 주택 건설 사업으로 유동 인구가 많이 늘어났으나 이를 감당할 교통망이 사전에 확충되지 못한 탓이 크다. 물론 서울로 연결되는 국도와 올림픽대로가 있긴 하지만 차량 정체가 워낙 심해 교통 수요가 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으로 골고루 분산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김포에서 서울을 잇는 연결 도로망도 고질적 교통 체증을 겪는 상황에서 달랑 2량짜리 김포도시철도 전동차로는 늘어나는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개발 사업에만 급급했을 뿐 교통 대책은 뒷전으로 미룬 탓이다. 이것 또한 안전불감증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출퇴근 시간 콩나물시루 혼잡은 비단 김포도시철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지하철 4·7·9호선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8시 ~ 8시 30분)의 평균 혼잡도는 150%를 웃도는 실정이다. 특히, 승하차 및 환승이 많은 신도림(21만 5,000명), 잠실(18만 7,000명), 고속터미널(16만 9,000명), 강남(16만 5,000명) 등의 역사도 혼잡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이태원 참사를 통해 ‘압사 사고’의 끔찍함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국토교통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문제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인식하고 특단의 근본적 안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혼잡도가 높은 김포골드라인의 열차 5편성 추가 투입을 앞당기고, 혼잡도를 고려해 9호선 등 혼잡도가 높은 노선부터 열차 운행 횟수를 늘리며, 역사와 열차 혼잡도 정량적 측정·관리 체계를 서둘러 마련하고, 인파 관리 안전요원을 승강장과 환승구역 등에 배치해 ‘압사 사고’를 막아야 한다. 잦은 고장에 대한 전동차 점검·정비 확행으로 기능 정상 유지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차제에 ‘도시철도 대형사고 위기 대응 표준·실무 매뉴얼’도 일제 정비하여 다시는 이 땅에 이태원 참사 같은 ‘압사 사고’의 치둔의 우는 없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