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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김포안보현장을 다녀와서 - 전쟁의 상처를 자연이 품어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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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김포안보현장을 다녀와서 - 전쟁의 상처를 자연이 품어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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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7.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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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6월 26일 경기행정동우회 47명의 회원은 수원과 서울에서 각각 버스에 나눠 타고 한강을 따라 최북단 김포 민통선 애기봉으로 향했다.

호국보훈의 달. 오늘은 김포의 애기봉평화생태공원(愛妓峰平和生態公園)과 대명항함상공원(大明港 艦上公園)에서 청결 캠페인과 안보현장 탐방을 하는 날이다. 

11시. 김포시 하성면 가금리 민간인 출입통제소에 도착했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들어가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올라 산 정상 8부 능선에 위치한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전시관에 도착했다. 권두현 회장님의 안보현장 탐방에 대한 취지의 말씀을 듣고 안보관광해설사의 안내받으며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조강전망대 등을 둘러보았다.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해병부대가 주둔하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내에 위치한다. 1978년에 설치되어 노후화된 기존의 애기봉전망대를 철거하고 평화생태전시관 및 공원, 조강전망대 등을 조성해 2021년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새롭게 단장됐다.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생태공원은 평화가 가진 다양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원이다. 

전시관은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1공간은 평화의 공간으로 2층의 전면 통창을 통해 조강의 고요한 물흐름과 북한지역을 조망할 수 있다. 2공간은 전시관 2층에서 1층까지 이어지는 공간으로 가슴 아픈 역사속에서 아름답게 보전된 조강의 생태를 관람할 수 있다. 3공간은 2공간과 이어지는 1층 끝자락에 위치하며 미래를 테마로 미디어아트로 전시한 공간으로 조강지역의 서식 동식물과 김포시의 역사, 다가올 평화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층에 위치한 영상관에서는 한강하구의 역사, 문화, 생태의 가치를 담은 다양한 영상자료를 볼 수 있다. VR체험관도 1층에 있으며 VR열차를 탑승하여 개성으로 떠나는 가상현실 체험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려 황성의 유적(만월대, 개성 남대문, 선죽교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관 외부 좌측에는 6.25 김포지구 전투에서 서울 수호에 큰 공을 세운 김포지구 해병대 용사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기 위한 해병대 전적비가 세워져 있다.

공원에서 북쪽으로 내다보면 강을 사이에 두고 남한과 북한이 맞닿아 민족의 한을 껴안고 있다.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져 서해(강화만)로 흘러가는 마지막 강이다. 강도 늙었다고 해 할아버지(祖) 강.‘조강(祖江)’이라 한다. 육상 DMZ와는 달리 조강은 ‘한강하구중립수역(Neutral Zone, Hangang River Estuary)’이다. 한반도 유일 남·북 공동 이용수역(Free-Zone)으로 평화와 화합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과거 김포의 서쪽 바다와 동쪽 강물을 연결해 주는 수운 통로로 삼남(경상, 전라, 충청) 지방의 물자와 인력들이 이곳을 통해 한양(漢陽)으로 올라갔다. 조선시대 조강 주변에 형성된 포구마을(강녕포, 조강포, 마근포)은 세곡선(稅穀船)과 어선이 쉼 없이 드나들며 물류와 상업이 발달했던 풍요로운 지역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개성과 경성을 잇는 수로 역할도 했다. 남북통일이 이뤄져 조강에 뱃사공이 다시 올 때를 염원한다.

조강 중간에는 유도(留島)가 있다.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 해안에서 북쪽으로 5백여m 떨어진 비무장지대의 무인도이다. 북한의 개풍군을 마주 보고 있다. 옛날 홍수 때 떠내려와 머무른 작은 섬으로 조선시대 중국을 왕래하는 상인들이 잠시 머물며 쉬어가던 곳이다.

1996년 여름. 집중호우에 북한의 황소 한 마리가 홍수에 떠밀려 유도에 다다랐다. 황소는 해안을 감시하던 군(軍)에 발견됐지만, 섣불리 진입했다가 습격으로 오해받아 북한과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구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5개월이나 고립되어 있던 황소는 다리를 다친데다 날씨까지 추워지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야위기 시작했다. 황소를 구하기 위해 해병부대는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했고, 구출 작전을 펼친 끝에 황소를 뭍으로 옮겼다. 구출된 황소는 남북 평화통일의 상징이 되라는 의미로 ‘평화의 소’라 불리게 되었다. 이후 ‘통일 염원의 소’를 만나 부부가 되었고, 7마리의 새끼를 낳으며 ‘민족화합’을 염원하는 표상이 되었다. 

조강 주변 지역은 1953년 정전협정으로 민통선이 그어져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뿔뿔이 떠나야 했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강 유역은 6.25 전쟁이 정전(停戰)된 1953년 7월부터 71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람의 발길이 끊겨 수많은 생태의 보전과 멸종위기종의 번식지가 되었다. 조강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 저어새·Ⅱ급 큰기러기·재두루미, 천연기념물 개리 등 116종의 조류가 있다.

갯벌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수서곤충인 늦반딧불이·물장군·장구애비·게아재비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삵(Leopard Cat:고양이과), 습지 주변에는 희귀식물인 모새달을 비롯해 새섬매자기·칠면초·갯개미취 등 독특한 수생식물이, 또 다양한 십각류 방게·참게·말똥게·농게와 숭어·황복·뱀장어 등 강과 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류도 50여 종이 서식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모티브로 지그재그 모양으로 만든 ‘스카이 포레스트 가든’등 생태탐방로를 보면서 북한이 한눈에 보이는 애기봉 정상 조강전망보대에 올랐다. 출렁다리를 건너 전망대로 가면 가까운데 그날은 도색 공사 중이라 이 다리로 가지 못했다. 애기봉(愛妓峰)은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와 하성면 가금리의 경계의 조강 기슭 한가운데 솟아있는 높이 154m의 봉우리이다. 원래 이름은 쑥갓처럼 생겼다 하여 ‘쑥갓머리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애기봉이란 전설은 병자호란 때 평안감사가 가장 사랑하는 애첩 ‘애기(愛妓)’에서 유래됐다. 감사가 애기를 데리고 수도 한양을 향해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감사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개풍군에서 청나라 오랑캐에 의해 북으로 끌려가고, 애기만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후 애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쑥갓머리봉에 올라 돌아오지 않는 감사를 간절히 기다렸다. 결국 병들어 죽게 된 애기는 ‘님’이 잘 바라보이는 이 봉우리에 자신을 선 채로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966년 10월 7일 이곳을 찾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애기의 사연을 듣고 “애기의 한(恨)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가지 못하는 우리 일천만의 이산가족의 한과 같다”며 애기봉(愛妓峰)이라 명명하고, 친필로 휘호를 쓴 비석을 세우게 되었다. 

애기봉은 6.25 전쟁 때 엄청난 희생을 치른 격전지로 남북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154고지’다. 지금도 154고지는 군사요충지로 남과 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다행히 무적 해병부대가 철통 경계 근무와 완전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어 든든하다.

애기봉 비석 앞에는 ‘평화의 종’이 있다. 9m 높이의 종탑은 ‘UN’문자를 형상화하고, 2m 높이의 범종은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제작했다. 평화의 종은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과 6.25 전쟁 희생자 유적 발굴 현장에서 수거된 탄피, 그리고 철거된 애기봉 등탑을 함께 녹여 만들었다. 평화의 종에는 6.25 전쟁에 참전한 16개 국가와 평화를 상징하는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평화의 종소리가 통일의 소원을 담아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원해봤다. 

애기봉 정상 조강전망대는 남한에서 가장 짧은 1.4km 강폭을 두고 손에 잡힐 듯 북녘땅을 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강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곳은 황해북도 개풍군이다. 암실마을과 해물선전마을이 망원경 없이도 훤히 보인다. 농촌 마을에서는 주로 쌀과 옥수수 농사를 짓는다. 예전에는 손 모내기로 한 달 내내 들판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최근에는 기계이앙으로 빨리 모내기를 마쳐 일하는 사람을 볼 수 없다고 한다. 선전마을은 실제 주민의 생활을 볼 수 있는 곳이라기보다는 남한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마을이다. 

4∼5층의 소형 아파트 모양의 주택을 여러 채 지어 놓았는데 이런 형태의 주택을 북한에서는 ‘문화주택’이라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영화세트장을 연상케 하며, 사람관측이 안 되는 유령마을 같다. 또 앞에 보이는 산기슭에는 북한군의 감시초소(GP)도 곳곳에 보인다. 전망대 옥상에서는 망원경으로 보면 개성시의 송악산과 판문군 등지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렇게 가까이 눈앞에서 북한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긴 조강전망대에서 보이는 개성, 개풍, 판문점은 1950년 6.25 전쟁 이전에는 경기도 개성시로 대한민국의 영토였다. 북한은 여름인데도 흙이 보이는 곳이 많고 산림이 무성하지 못한 풍경이어서 녹음이 짙은 우리의 여름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오후 1시 30분. 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조강전망대에서 청결 캠페인과 안보 현장 탐방을 마치고, 12km를 이동해 민통선 밖에 있는 ‘삼포골’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었다. 오후 3시. 김포시 대곶면 대명항에 있는 함상공원에 도착해 정화 활동을 펼쳤다. 12,000여㎡의 넓은 공원에는 함정과 함께 실제 작전을 수행했던 해군의 해상초계기 S-2(TRACKER)와 해병대의 수륙양용전차, 상륙작전 때 사용하는 상륙용 단정(LCVP) 등 영화에서나 보던 거대한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백 개의 소주병을 이용하여 만든 거북선과 느린 우체통 등의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대명항에 정박해 있는 함정에 승선해 전문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안보체험을 했다. 이 함정은 194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퀸시 베들레헴 제철사에서 건조된 전차상륙함(LST-1010)이다. 항만시설이 없는 해안에 직접 접안 해 전차, 차량, 병력, 화물 등을 자력으로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 상륙작전 지원 함정이다.

길이가 99.9m, 폭이 15.3m, 높이가 23m로 아파트 9층 높이가 된다. 승조원 123명, 작전병역 500명, 상륙장갑차(LVT) 15대, 2.5톤 트럭 15대를 탑재할 수 있는 중량 4천80t의 함정이다. 미해군의 주력함으로 프랑스 남부 상륙작전, 오키나와 상륙작전 등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함정이다. 1955년 우리나라 해군에게 인계되어 ‘운봉함(LST-671) ’으로 명명하고, 1966년 월남전에 참전했다. 52년간 우리나라 바다를 지켜오다가 2006년 퇴역해 김포시 대명항에 유치되어 2010년 함상공원으로 거듭났다. 

운봉함 내부 영상관에서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전쟁이야기로, 실제 전장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영상 속 할아버지는 오케이 상륙작전 당시를 떠올리며 손자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일깨워준다. 한국전쟁홍보관에는 1945년부터 6·25 전쟁, 잊지 못할 천안함 피격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에 대한 안내자료가 게시되어 있다.

적군을 향해 은밀하게 침투하는 데 사용하는 검은색의 유보트, 해군과 해병대 연혁 등이 전시돼있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구조 작업 중 순직한 수중폭파대(UDT) 한주호 준위의 잠수복과 활약상도 잘 설명돼 있다. 최신식 해군, 해병의 군복과 장비들도 볼만하다. 디지털 무늬로 바뀐 신형 전투복은 육군과 다르게 바다, 갯벌, 바위 등에 위장이 가능하게 디자인돼있다. 

체험관 안에는 군장을 메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옛날 군 시절 폭염 속에서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했던 생각이 나 선실에 비치돼있는 해병대원의 군장을 메어 보았다. 40kg 무게의 배낭은 어깨가 축 처져 내렸다. 관람객이 직접 해군이 되어 패널뿐 아니라 아바타 체험, 카오스크(kiosk) 검색 등을 통해 군사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또 여기서는 IBS훈련과 레펠(밧줄 타고 내려오기) 등 해군 특수부대 훈련 및 서치라이트 가동도 체험할 수 있다.

IBS(Integrated Battle Space)란 정찰기 등 각종 탐지수단이 보내오는 정보를 분석해 전장 상황을 신속히 그려내고 지휘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해 아군과 적군의 병력과 무기·위치 등을 파악, 정확한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외도 관람객들이 직접 수신호기 작동, 가상 군복착용 등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유리바닥 밑으로는 함정 기관실의 모습도 관찰해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실 공간에는 함장실, 침실, 전탐실, 조타실, 의무실, 조리실, 식당 등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함정의 위엄을 느낀다. 적군의 해안에서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무릅쓰고 상륙을 위해 뛰어든 한국전쟁의 승리를 이끈 인천상륙작전이 떠오른다. 운봉함의 가장 꼭대기인 함교에 올라서면 가까운 초지대교부터 멀리 강화도의 길상산, 마니산, 정족산, 높게 솟은 진강산, 초지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 갈매기와 서해풍경의 시원한 정취에 흠뻑 빠져든다. 함정에서 젊음을 보낸 해군과 해병대, 훈련과 전투에 참가하여 희생한 장병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경기행정동우회의 6월 안보 현장 탐방은 호국보훈의 달답게 특별했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곳은 긴장감이 돌았다. 그렇지만 자연이 보호된 생태계를 보니 너무도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공간이 전쟁의 상처로 가득한 것으로 보면서 어느 때보다도 통일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이런 마음을 먹게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선배님들과 최전방 안보 현장에서 보낸 6.25 전쟁 제74주년은 뜻깊은 하루였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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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영웅 박정희 2024-07-07 04: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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