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화의 e글e글] 포도 한송이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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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포도 한송이의 감동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6.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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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일본 다카지마야(高島屋)백화점은 1831년에 창업, 2010년 8777억엔의 매출에 9300명의 종업원을 가진 일본 최고의 백화점이다. '물건이 좋고 나쁜지를 미리 고객에게 알리고 판매하라' '손님을 빈부귀천에 따라 차별하지 마라' 다카지마야 백화점 창업주였던 이다신치(飮田新七)가 후손들에게 당부한 말이다.

흠이 있는 물건을 임시방편으로 속여서 팔지 말고 정직하게 물건을 팔라는 것과 옷 입은 행색에 의해 손님을 차별하지 말라는 뜻이다. 오늘날 다카지마야 백화점 경영의 시금석처럼 되어 있는 이 말은 다카지마야의 판매원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든 상인에게 금과옥조처럼 새겨진 말이다. 다카지마야는 본래 미곡상으로 1831년 10월1일 교토에서 창업했다. 다카지마야가 출발에서부터 170년, 백화점으로 약 80년간 일본 최고 백화점으로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 두 가지의 원칙 '정직하게 물건을 판다', '신분에 따라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신뢰 덕분에 오늘날 일본인들은 다카지마야에서 산 물건이라면 일단 믿는다. 바로 그 신뢰를 쌓는데 170년이 걸렸고, 신뢰 지속을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다카지마야 백화점에 이런 일이 있었다. 1986년 3월 초순의 어느 날, 남루한 복장의 40대 초반의 여인이 다카지마야 지하식품부에 들어왔다. 그녀는 포도 두 송이가 놓인 식품코너 앞에 서더니 한없이 울기 시작했다. 지하 식품 부 여직원은 포도 앞에 울고 있는 아주머니가 이상해서 다가갔다. 그리고는 왜 우시냐고 물었다. 여인이 말하기를 저 포도를 사고 싶은데 돈이 2천엔 밖에 없어서 살수가 없어서 운다는 것이다. 그 포도 두 송이의 값은 무려 2만엔이었던 것이다. 여직원은 잠시 고민했다. 포도 한송이의 가격은 1만엔이다. 그런데 고객은 2천엔밖에 없다. 고객은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차마 물어볼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그는 가위를 가져와 2천엔 어치를 잘라서 포장지에 곱게 싸서 여인에게 팔았다. 그 여인은 포도송이 2000엔 어치를 사서는 나는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두달 후 1986년 5월14일자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에는 이러한 독자 투고기사가 실렸다.

<우리에게 신만큼 이나 큰 용기를 준 다카시마야 식품부 여직원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내가 치료하던 11세의 여자아이는 비록 죽었으나 마지막 소원인 포도를 먹었다. 그 여자아이는 백혈병 환자로서 더 이상 치료해봤자 회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포도를 먹고 싶다는 아이의 소원을 어머니는 너무 가난해서 들어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소원을 다카시마야 여직원이 들어준 것이다.>

기사의 내용은 도쿄의 변두리 단칸방에 살던 두 모녀가 있었는데 11세된 딸이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고, 마지막 소원이 포도가 먹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포도를 사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그러나 때는 3월, 아직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때로 어디에도 포도는 없었다. 어머니가 마지막에 포도를 발견한 곳은 일본 최고의 백화점인 다카지마야 백화점 식품부였다.그러나 어머니의 전 재산은 2000엔. 포도는 두 송이에 2만엔이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으나 가진 돈이 없어 하염없이 울고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백화점 식품부 여직원이 그 모습을 보고 가위를 가져와 과감하게 포도를 잘라 판 것이다. 포도송이는 2천엔 어치를 잘라내면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그 여직원은 손님을 차별하지 않는다. 고객의 요구는 최대한 들어주라는 백화점의 방침에 따라 과감하게 잘라서 판 것이다.

이 사건은 자칫하면 그냥 묻혀버릴 수 있었으나 어린아이의 백혈병 치료를 담당하던 의사가 그 사연을 신문의 독자란에 투고 하므로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 기사를 읽은 1000만명의 도쿄 시민들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 일로 인해 다카지마야 백화점의 명성은 하루 아침에 일본 최고의 백화점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백화점 측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진정으로 고객을 위한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카시마야는 그 포도 한 송이의 서비스 정신을 판매 매뉴얼에 넣고 사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일 있고난 후 '로즈클럽'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다카지마야 백화점의 상징은 로즈, 즉 장미인데 그 때의 그 서비스의 감동을 체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로즈클럽'에서는 고객이 어떠한 문의를 해와도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다카지마야의 해결사 팀인 것이다.

다카지마야의 사훈은 '우리의 목표는 친절'이다. 그 말이 결코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보여준다. '손님을 빈부에 따라 차별하지 마라' 초대 창업주인 이다신치의 유언처럼 다카지마야는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상징적인 일화로 백화점은 여전히 일본최고의 백화점으로 인정받고 있다. 고객감동. 국민감동의 기업. 정치만이 박수받고 생존하는 시대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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