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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살인자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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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살인자 교도소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9.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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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사회가 발달하면서 각종 범죄가 점점 흉악해지고 있다. 범죄의 유형도 지능화 되고 있지만 대부분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은 경찰에 체포돼 힘든 수감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의 행위는 그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일반 범죄자와 달리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당당하게 생활한다는 것이다.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이들은 죄책감도 없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살인을 저질러도 사형제도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형벌에 대한 압박감을 피해갈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고의적인 살인자와 파렴치한 살인자는 인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성폭행범이 전자발찌를 끊고 연쇄살인을 저질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자발찌는 성폭력, 미성년자 유괴, 살인,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발목에 전자발찌를 채우고 위치추적과 보호관찰 등을 목적으로 2008년 도입됐다. 전자발찌 부착자는 24시간 감시를 받지만 이번 사건은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허술한 관리 때문에 무고한 생명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를 두고 국민의 힘 홍준표 후보는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자 윤석열 후보는 두테르테식이라고 비난했다. 두테르테는 필리핀 대통령으로 마약 등 중대 범죄자에게 사형을 집행하는 등 강력한 통치행위를 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홍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해 ‘귀하는 두테르테 하수인’이라고 맞받아 쳤다.

우리나라는 형법 제66조에 사형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국가전복을 목표로 하는 내란죄와 외환제 방화죄 강도살인 등의 범죄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폭발물을 이용해 기차 등의 전복치사죄와 적국과 합세하여 국가에 항전하는 여적죄 등도 사형 대상이다. 사형은 형법의 규정에 따라 교도소 내에서 교수형에 처해진다. 사형의 시효기간은 30년이지만 최근 들어 사형을 집행한 것은 없다. 아무리 악랄하고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저질러도 양형은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등이 대부분이며 설사 사형판결을 받더라도 집행은 피해갈 수 있다. 인권문제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사형집행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사형 집행은 24년 전인 1997년 12월30일 시행됐다. 당시 사형자의 범죄행위는 1년에 걸쳐 20여명을 살해한 흉악범, 여아 강제추행 및 토막살해범, 의붓딸 성폭행 후 살해, 독극물을 통해 5명 살해, 존속살인, 내연남과 짜고 남편 독살, 70여 차례의 강도 강간, 총기난동 등의 흉악범으로 한꺼번에 23명이 사형집행을 당했다. 이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명목상으로만 사형제도가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60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형벌중의 하나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형은 공개처형과 능지처형 교수 단두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다. 로마시대에는 범죄자의 손과 발 등 사지를 말에 묶어 말의 힘으로 신체를 찢는 처참한 제도가 있었으며 조선시대에도 신체 일부를 훼손하는 능지처참형의 사형이 있었다.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 목을 조르는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총살 단두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두고 사형수가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60년대에는 흉악범보다 간첩관련 사건으로 사형을 당하는 사람이 많았으며, 1970년대 이후 강도 강간 살인 등 돈과 치정문제로 사형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형제도의 존치를 두고 아직도 찬반논란이 많다. 사형제도는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종교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가치로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내 놓고 있지만 생명존중과 인권 등의 측면에서 집행이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2010년 사형제도 합헌이라고 판결해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은 아예 사형 제도를 폐지했으며 영국도 최근 실질적으로 폐지한 상태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16세 미만인 소년범에게는 사형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교도소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똑같이 인권을 부여해야 하는가가 논란이다. 일부에서는 살인자 교도소를 별도로 만들어 최소한의 인권만 보장한 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타인을 의도적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범죄자에게 똑같이 사형으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는 책임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살인자 교도소는 대법원 판결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살인자 교도소에 보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인권과 생명만 유지한 채 삶이 다하는 날까지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 양형이다. 법무 교정당국은 사형제도 폐지의 대안으로 이러한 논의를 검토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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