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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떼 법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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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떼 법 재판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9.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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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1995년 민선시대 이후 집단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화 이후 인권이 크게 신장되고 사유재산과 삶의 질이 중요시되면서 개인의 욕구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때문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의 경우 집단민원으로 착공과 준공이 지연돼 많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 집단민원은 정부와 민원인 모두 대화와 타협을 통해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부 프로파간다처럼 선전선동이 시작되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집회 시위의 전문가들이 투입되면 타협과 협상 보다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가 원하는 교착지점이 있어야 하지만 극과 극으로 대치하다 보면 결국 법률의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양쪽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주민과의 소통은 업무추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고 서로가 진지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일부 몰지각한 선동꾼에 의해 중요한 사실과 기회를 놓친다면 거기에 따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지역주민과 공공기관 모두가 입게 된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으로 법치국가이다. 헌법에 따라 모든 것이 집행되고 질서가 유지된다. 헌법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법률이 제정되고 시행령과 조례 규칙이 만들어진다. 법률 제개정은 국회에서 이루어지고 시행령은 행정부의 업무이다. 조례는 상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것으로 제개정은 지방의회의 몫이다. 조례에 따른 규칙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해 각종 업무를 시행한다. 이러한 시스템에 의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질서가 유지되고 공공의 안녕과 복지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민주사회가 발달되고 개인과 집단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때로는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한 것도 있지만, 일부는 억지와 생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법 위에 군림한다는 의미로 ‘떼 법’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집단민원의 위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떼 법은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억지 주장을 펼치는 행위를 말한다. 적법한 논리와 이론 절차 등은 무시하고 한쪽의 목소리만 전달되는 강경한 시위이다. 이러한 방법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있었다. 당시 이러한 방법을 ‘중우정치’라고 했다. 다수의 어리석은 민중이 이끄는 정치를 이르는 말이다. 중우정치는 올바른 민주주의가 시행되지 못하고 개인과 몇몇 집단이 숫자를 앞세워 정치를 이끌어 가는 형태로 오히려 민주주의의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플라톤은 난폭한 주민들이 이끄는 정치라고 해서 폭민정치라고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수의 빈민들이 이끈다고 해서 빈민정치라고 했다. 기원전부터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이 집단민원을 겪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플라톤은 아테네의 몰락원인을 중우정치로 꼽았다. 대중의 인기에 반해 민원인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사회적 병리현상이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능력과 자질 기여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평등관과 변질된 집단행동 등이 도시의 쇠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현재와 비교해보면 ‘떼 법’과 ‘중우정치’는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는 대의민주주의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사람이 주민을 대표해 정치를 하는 간접 민주주의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선출직들은 주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자신들의 영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연봉은 1억5,280만원이다. 매월 의원 1인당 기본수당 756만원과 입법 활동비 313만원, 상임위 본회의 참석 특별활동비 78만원, 정근수당 681만원, 명절휴가비 817만 원 등을 받는다.

국민정서와 반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관련 규정을 정하는 국회의원의 입장에서는 삭감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영리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국회의원 연봉을 책정하고 선거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의 민주주의가 바로 이런 단점을 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올바른 시민 사회단체의 등장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시민 사회단체도 제도권에 대한 비판을 뒤로 하고 지나치게 정무적으로 판단해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

일부 단체는 ‘떼 법’의 선봉에 서서 대중을 선동해 지역개발과 국가사업을 좌초시키거나 지연시키는 사례가 있다. ‘떼 법’은 올바른 가치와 정의로운 선택을 할 때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정무적 판단에 의한 반대는 저질적이고 몰지각한 행동이다. 자신의 권위와 정치적 야욕을 위한 행동을 버리고 지역과 국가 이익을 위한 판단을 할 때 ‘떼 법 재판관’인 국민은 더욱더 열성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영욕과 포퓰리즘에 사로 잡혀 있는 정치인들은 한번쯤 뒤돌아보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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