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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8]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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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8]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12.2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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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대통령 되는 일의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난 사람’을 뽑는 희망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덜 못난이’라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달 남짓 남겨놓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블랙홀처럼 모든 일상의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다. 장삼이사 모이는 곳에서는 대선후보에 대한 저마다의 열변이 빠지지 않는다. 주권자로서 당연한 일이다. 어느 대선이건 선거일이 임박해지면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관심의 표현이다.

하지만 내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는 주권자의 입장은 여느 대선과 다르다.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설렘과 기쁨을 찾아볼 수 없다. 후보들은 저마다 기쁘고 희망차게 움직이지만 정작 그들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해야 하는 국민은 암울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다. 후보는 기쁘고 국민은 슬픈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대선 후보에 대한 관점은 다른 것이 정상이다. 정치 성향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다. 선거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성향이나 가치관과 상관없이 일치하는 현상이 하나 있다. ‘대통령 선거가 마치 누가 누가 더 나쁘냐는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는 자조적 시각이다. 특정 후보나 정당을 열성적으로, 또는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유권자가 아닌 이상 ‘대선만 생각하면 앞이 안 보인다’고 한다.

더 나은 후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최선의 후보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차악의 후보에게 맡겨야 하는 불행이다. ‘일찍이 이런 대선은 없었다’라는 자조 섞인 지적에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절망의 선택이 국민 앞에 놓여 있다.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모두 물러나고 후보를 다시 뽑아 대선을 치르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오죽하면 그러하겠는가 싶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년 대선에서 이들 두 후보 중 한 명이 대통령이 되겠지만 희망보다는 덜 절망적인 선택을 해야 하는 대선은 참담하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국가경영의 능력이지 사람됨의 인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또 변명하기를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대통령 부인이나 가족을 뽑는 것이 아니라고도 한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나 가족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는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껏 살아 온 과정이 대통령의 시간을 관통하며 나라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그런 말이 대선과정의 핵심언어가 되는 현상 자체가 후보의 흠결을 대신한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사건과 본인의 형수에 대한 욕설이나 여배우 스캔들 등 사생활 논란에서 겨우 빠져나오나 싶더니 아들의 인터넷 도박 사건으로 다시 지탄을 받고 있다. 이 후보가 사과했으나 아들의 성매매 의혹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잦은 구설수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더니 최근에는 아내 김건희 씨의 수많은 허위이력과 장모의 비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쥴리’의혹은 그렇다 치더라도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대학에 제출한 이력서의 학력 허위기재 등 사문서 위조 의혹은 그의 공정가치에도 상충 된다.

그렇다고 안철수 후보의 주장처럼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후보 검증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선관위가 대선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초헌법적 기구가 될 수도 없고, 선관위에서 후보 검증을 해서 자격을 박탈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대선에 임하는 국민들의 정치혐오와 불신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살펴볼 일이다. 정치혐오와 불신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는데 동의한다면 그 불행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들에게서 시작되는 또 다른 불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이 묻고 국민이 답해야 하는 답답함이다.

대통령 되는 일의 부끄러움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남겨지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난 사람’을 뽑는 희망은 일찌감치 버렸지만 ‘덜 못난이’라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보다는 차악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나를 위한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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