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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가랑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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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가랑비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11.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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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가랑비 
                  - 허만길作

가랑가랑 가랑비
지난밤 어둠 타고
쓸쓸한 가을바람 타고
가랑가랑 가랑비 내렸네
쌀쌀한 아침에도 말이 없이 내리네

갈 사람 가야 할 사람
멈칫멈칫 돌아보지 말며 떠나라고
아파도 아파도 가랑가랑 가랑비

꽃잎이 비에 젖네
풀잎이 슬피 우네
강물이 흘러흘러 눈물처럼 흘러가네

아파도 아파도 가슴이 쓰려 아파도
갈 사람 가야 할 사람
미련 없이 가라고 보내라고
가랑가랑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비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우리말의 아름다움은 리듬에 있다. 
또한 느긋하고 여유로운 조합을 이루는 삶의 형용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언어다. 
그런 까닭이 별도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생활 자체가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움과 여유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이슬비, 보슬비, 소낙비, 가랑비, 여우비 등 내리는 속도와 빗방울의 크기에 따라 이름을 붙여 언어의 꾸밈이 다양하다. 
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용어를 보면 여유와 위트, 활력과 지혜가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세계인이 감탄한다. 

우리의 서정시는 여기에서 탄생한 민족의 삶 이야기다. 
느릿하지만 일정한 리듬을 갖춰 호흡과 행동이 일치하게 하는 풍요로움이 있다. 

허만길 시인은 서정시를 고집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작품이 민족의 서정이 깃들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감동받게 한다. 

소월의 민족적 노래를 읽는 것 같은 여유와 풍요를 느낄 수 있다. 

조금씩 가늘게 내리는 비를 가랑비라고 하는데 하찮은 것이라도 거듭되면 감당하지 못할 큰일이 되고 만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좋은 일이나 작은 일도 자주 일어나면 크게 된다. 

시인은 이별의 순간을 맞이하여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나가도록 버려두고 슬픔을 가증시키지 말자고 자신을 위로하지만 어찌 슬픔을 표하지 않으랴. 

가랑비에 옷이 젖듯 조금씩 아파지는 통증을 참다가 끝내는 그것마저 가랑비 맞듯 잊어버리려고 노래한다. 

미련 없이 가라고, 보내라고, 가랑가랑 가랑비를 맞듯 이별의 슬픔을 잊겠노라고 가만가만 속삭인다. 

서정시의 묘미를 살려 슬픔도 여유를 가져야 슬픔을 덜 수 있다는 지혜를 보여준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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