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
- 최창일作
곁은 인식認識을 키운다
어릴 때 할머니는 늘 따뜻한 곁이었고
외면하고 싶은 것을 일깨우는
대화의 친구도 곁이었다
깨달음 주는 것들
늘 누군가 곁이었다
세상은 곁이라는 것들을 마주하는 것
예수도 두 사람의 곁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듯
내게 있어야 할 곁
어떻게 변해가고
변한 나에게
곁은 새로운 사실을 일깨워 준다
[시인 이오장 시평]
시는 발견에서 시작된다.
시적 발상을 예견하고 그것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시를 쓰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기획된 시가 아니라 발견의 시를 쓰는 게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발견은 어디에서 오는가.
눈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어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감각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기다린다고 오는 것도 아니다.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환희의 광명 상태에서 벗어나 압박이 풀렸을 때 순간적인 빛으로 온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놓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렵지 않게 발견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시적 발견은 외부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 먼저 발현되고 그 움직임이 시의 씨앗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언어의 줄달음으로 이뤄진다.
만약 순간의 발견에서 씨앗을 찾고 한 편의 나무를 심듯 시의 완성을 본다면 천재다.
그러나 천재는 시적 상태를 쉬지 않고 유지하는 사람에게 뒤진다.
최창일 시인은 그런 시인이다.
시의 발견을 위해 체험의 기억을 항상 유지하고 언제든지 시의 길을 찾아낸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기대어 사는 존재다.
내가 기대든가 기대어 오는 온기를 받아 서로 가깝다는 인식을 갖는다.
공간적 심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자신을 기대어 위로받고 삶의 길을 찾는 것이다.
가장 큰 것이 부모의 사랑이며 연인의 믿음이다.
할머니는 어머니보다 큰 정을 손자에게 주고 어머니보다 먼저 가시는데 손자는 그런 할머니가 더 그리워 오래도록 잊지 못한다.
곁은 심리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것을 말하는데 누군가를 지켜주든가 함께 가며 삶을 나누는 사이다.
시인은 예수의 희생이 우리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전파하는 힘을 빌려 누구에게나 있어야 할 곁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사람 사이의 온도를 뜨겁게 달구어 온기를 전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