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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정치권에 정착돼야 할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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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정치권에 정착돼야 할 원칙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8.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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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공자(孔子)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역사서로, 춘추(春秋)의 대표적인 주석서 중 하나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비롯된 ‘각자위정(各自爲政)’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춘추시대 초(楚) 장왕(莊王)은 송(宋)과 진(晉)나라가 서로 협력하는 것에 화가 나 자신의 동맹국이었던 정(鄭)나라에게 송을 치게 했다.

이때 송의 대장 화원(華元)이 결전을 앞두고, 군사들의 사기를 충전시키기 위해 특별히 양고기를 지급하자 군사들은 모두 기뻐하며 지급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화원의 마차를 모는 양짐(羊斟)만은 이 고기를 먹지 못했다. 이 모습을 본 한 부장이 양짐에게 고기를 주지 않는 까닭을 묻자 화원은 짜증을 내며 “마차부는 전쟁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니 마차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먹일 필요는 없다. 내 일에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날 두 나라 간 전쟁이 시작되자 화원은 양짐이 모는 마차를 타고 군대를 지휘했다.

전쟁은 쉽사리 승패가 결정되지 않자 화원이 양짐에게 마차를 적의 병력이 허술한 오른쪽으로 돌릴 것을 명했다.

하지만 양짐은 적의 군사가 밀집해 있는 왼쪽으로 마차를 몰았고, 이에 당황한 화원은 반대로 방향을 돌리라고 소리쳤다.

이에 양짐은 “어제 양고기를 군사들에게 먹인 것은 장군의 판단에 따라 한 일이지만 오늘의 이 일은 저의 생각대로 할 것”이라며 곧바로 정나라 군사가 모여 있는 곳으로 마차를 몰았다. 결국 화원은 적의 포로가 됐고, 이를 본 군사들은 전의를 잃고 도망가기에 바빴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두고 대장 화원이 생각을 잘못해 나라가 망했다고 나무라면서도 양짐이 사적인 서운함 때문에 나라를 패망케 한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를 탓했다고 한다.
화원과 양짐이 각자의 뜻대로 일을 처리했기 때문이다. ‘각자위정’은 ‘각자가 자기 멋대로 행동해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로, 전체와 조화(調和)를 이루거나 타인과 협력(協力)하지 않고는 어려움을 잘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요즘 우리 정치 정치권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국민들이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민생(民生)은 안중에도 없다.

당리당략(黨利黨略)만을 위한 아집(我執)과 독선(獨善)이 판을 친다. 국회와 청문회장은 봉숭아 학당(?)으로 전락했고, 연일 그들의 억지스러운 모습과 저질 말싸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조국현신당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및 퇴진을 추진하겠다며 ‘탄핵추진위원회’를 설치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수집하기 위한 제보창구를 개통한 것이다.

제보 센터의 이름은 지난 총선에서 혁신당이 사용한 ‘3년은 너무 길다’는 문구를 그대로 차용했다. 민생은 외면한 채 본격적으로 ‘정치보복’의 시작을 알린 듯하다.

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기본소득당 등 6개 야당은 지난 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하루 만에 탄핵 절차에 들어간 뒤 2일 오후 4시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처 투표수 188표에 찬성 186표, 반대 1표, 무효 1표로 가결했다.

야당이 방통위 수장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한 것은 이동관·김홍일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사람이 단 하루 만에 탄핵당할 만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게 가능한가”라며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헌법상의 중대한 제도를 정치의 잔기술로 희화화시켰다”며 “이런 행태에 대해 국민들께서 심판하실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또, 지난달 2일 강백신·김영철·박상용·엄희준 검사 등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오는 14일 첫 탄핵청문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강백신·엄준희 검사는 대장동·백현동 의혹 수사를, 박상용 검사는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수사를 맡은 바 있다. 이들 의혹은 모두 이재명 전 대표가 연루된 사건이다. 이 또한 ‘정치보복’이다.

이 같은 민주당 이 전 대표 수사 관련 건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탄핵 중독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출범 후 21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11번 발의했고, 22대에 들어서도 탄핵소추안 발의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당리당략만을 위한 ‘정쟁용’이 아닐 수 없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국민들의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제33회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연일 태극전사들의 속 시원한 승전보가 전해져 불볕더위와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국민들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선수단이 대회 8일 차인 3일 사격 양지인(21·한국체대)과 양궁 임시현(21·한국체대)이 값진 금메달을 따냈고,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도 추가하면서 금 9개, 은 7개, 동 5개로 종합 순위 6위를 차지한 가운데 앞으로도 속 시원한 메달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의 값진 성과는 조화로운 팀워크와 자신과 서로에 대한 믿음에 있다. 독선과 분열, 갈등은 절대 값진 승리를 이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면모를 거침없이 보여 준 한국 양궁의 비결은 대한양궁협회가 내세우는 원칙에 있다.

올림픽 개막 이전에 열리는 랭킹라운드에서 팀 내 1위에 오른 선수에게 혼성 종목 출전권을 부여한다. 다른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고 메달 확률이 높은 선수를 가리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배경을 따지거나 파벌 싸움을 벌이는 것은 우리 양궁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요소다. 무엇보다 공정한 시스템이다. 그리고 조화와 협력, 믿음이다.

우리 정치권에 하루빨리 정착돼야 할 원칙(原則)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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