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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역대 최대, 고용의 질 개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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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역대 최대, 고용의 질 개선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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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2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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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노동시장 양극화가 날로 심화(深化)하고 있는 가운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져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용의 질이 갈수록 악화일로(惡化一路)로 치닫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만에 감소했지만,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관련 통계를 개편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22일 발표한‘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는 174만 8,000원으로 7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올해 6∼8월까지 3개월 평균 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379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17만 3,000원이나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 근로자 임금은 204만 8,000원으로 고작 9만 1,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갈수록 심각성을 키워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서둘러 해소하고,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 │ 엇박자)’ 해결을 위한 실효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2024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는 2,214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 9,000명이 증가했다. 정규직 임금근로자는 1,368만 5,000명으로 14만 7,000명이 줄어든 반면, 비정규직 임금근로자는 845만 9,000명으로 33만 7,000명이 늘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만에 정규직은 감소했고, 비정규직 비중은 38.2%로 1.2%포인트 올랐다. 여성·60세 이상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대목도 우려스럽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최대로 벌어진 건 시간제 근로자 수가 1년 만에 38만 3,000명이나 늘어난 탓이다.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 비중도 50.3%로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양적·질적으로 악화한 고용 시장의 현실을 방관(傍觀)하고 방치(放置)하거나 방기(放棄)해서는 결단코 안 된다.

한편 일자리 형태 선택 동기를 보면 전체 비정규직의 66.6%는 자발적 사유로 현재의 일자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보다 1.0% 포인트 오른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았다. 우리 사회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택했다고 해서 허투루 넘겨선 안 된다. 비자발적 비정규직 근로자의 74.3%는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고 이유를 꼽았기 때문이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얘기여서다. 비정규직 증가의 구체적 내용을 감안(勘案)할 때 자발적 선택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른다. 올해 비정규직 증가세가 특히 가팔랐던 계층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20~30대 청년층 그리고 여성이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불안정한 일자리와 타협하거나, 정규직 진입을 포기하고 가능한 만큼만 일하는 풍조가 강해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정해 임금체계 개편과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 임금 위원회를 발족했지만, 그다지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해 60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는 281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 3,000명이나 증가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증가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근래 ‘고용 호황’을 이끈 주역인 노인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쏠렸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와도 연결된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상대적 빈곤율(노인빈곤율)은 2022년 기준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최고 수준이다. 그다음으로 비정규직 증가세가 뚜렷한 연령층은 20~30대다. 올해 조사에서 20~29세 비정규직 근로자는 146만 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 8,000명 늘어났다. 30~39세 비정규직 근로자는 107만 2,000명으로 같은 기간 8만 4,000명이 늘어나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나이대 청년 상당수가 배달 종사자·대리운전 기사 등 단기 일자리로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16일 발표한 ‘2024년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도 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라는 니트족인 청년(15~29세)이 지난달 44만 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37만 3,000명보다 1년 새 18.5%인 6만 9,000명이나 늘었다. ‘그냥 쉰 청년’의 비중도 전체 구성비의 17.8%에 달했다. ‘그냥 쉬었다’란 의미는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가 없음에도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인 경우를 뜻한다. 이렇듯 청년 니트족의 증가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 집약체나 다름없다. 청년층의 학력 수준은 높아만 가고 있지만 갈수록 심화하는 일자리 양극화는 청년들의 경제활동을 주저하게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세전)은 대기업이 591만 원인데, 중소기업은 286만 원에 그쳤다. 무려 2.06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당연히 일자리를 만들고 늘리는 건 기업의 몫이다. 기업의 활력 제고를 통해 더 질 높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서는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능력 등과 전혀 무관하게 대·중소기업, 정규·비정규직으로 갈라치고 보상을 차등화하고 이를 고착화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부터 최 우선해서 타파해야만 한다. 특히 정규·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해소와 고용의 질 개선에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Mismatch)’부터 없애고 규제 혁파를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려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더 많이 늘리는 게 급선무다. 기업 발목을 틀어잡고 있는 경직된 고용 및 노동 시스템을 유연화하고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중장년 계속 고용 등 근본적인 해법도 서둘러 모색해 나가야만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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