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나는 남아메리카의 북부에 있는 공화국이다. 면적은 9,120만ha로 한반도 면적의 4.5배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로 채유(採油)가능한 석유 매장량이 3천억 배럴로 전 세계 점유율의 17%를 차지한다. 석유 수출국 기구(OPEC)의 창립 회원국이다. 수출의 80% 이상이 석유이며 국가 전체수입의 50%를 점한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에서는 꿈 같은 나라다.
석유를 제외하고도 철광석, 석탄, 보크사이트, 금, 니켈, 다이아몬드 등 약 14조억 달러의 다양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자동차조립, 음료, 식료품, 종이, 비료 등을 수출했다. 1980년대 초까지 베네수엘라 경제는 꾸준한 성장으로 많은 이민자를 끌어들였다.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누렸던 나라다.
베네수엘라의 경제와 사회 붕괴는 1980년대 말 석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가속화되었다. 더 큰 문제는 지도자의 부패(腐敗)와 자질 부족이었다. 199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부터 니콜라 마두로 현 대통령까지 26년 동안 사회주의 정부는 세금 없는 나라, 복지 천국, 반미정책을 부르짖으며, 빠른 속도로 나라를 결딴냈다.
석유 자원이 풍부함에도 살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Hyper Inflation)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한 무상복지(교육·의료), 토지분배, 임금인상 등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현금 살포 정책을 남발했다. 곳곳에서 공짜 늪에 빠지면서 베네수엘라는 망국의 길로 치달았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는 잘나가는 석유회사들을 국영화해 집권층 세력이 이권을 탈취하게 했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린 정도가 아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은 셈이다. 이는 경제와 사회에 막대한 폐를 입혔고 만성적 하이인플레이션을 유발하였다. 2013년 차베스 사망 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해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외화통제, 가격통제, 화폐개혁 등 조치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오히려 사회적 혼란과 경제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정치적 불안과 부패, 과도한 부채, 생산성 저하, 인프라 부족, 기술적 후퇴, 실업률 증가, 지도자의 능력 부재 등 문제를 심화시켰다. 정치적 불안과 부패는 투자를 저해하고, 경제 성장을 둔화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증가시켰다. 특히 정치적 불안은 폭력과 갈등으로 이어져 인권 유린과 개인 안전에 위협을 가하며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또한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과도하게 통화를 발행해 화폐의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렸다. 정부의 외환통제는 공식 환율과 암시장의 환율 간의 큰 차이를 발생시켜 경제 활동의 투명성을 감소시키고 시장 왜곡을 초래하면서 최악의 파탄국가가 되었다. 석유로 인해 나라가 강성할 때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고 기존의 인프라를 소홀하게 관리한 게 지금의 노후화를 자초했다.
석유매장량 세계 1위답게 휘발유 가격은 ℓ당 2.5세트(약 30원)가량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1달러에 40ℓ 기름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주유소도 대부분 문을 닫아서 기름이 있는 주유소 찾기가 어렵다. 노후화된 정유 시설로 정작 주유소에 공급할 기름조차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며 극심한 연료난을 겪고 있다. 20여 년간 투자 부족으로 정제(精製) 및 유전개발 기술도 부족하고, 관리 부실로 채유 시설도 노후화되어 있다. 따라서 유지비용이 상승하고 원유 판매가보다 채굴 비용이 많이 들어 석유 산업의 근간(根幹)이 무너지고 있다.
인구도 2017년 3,192만명에서 2024년 2,851만명으로 6년간 341만명(12%)이 줄었다. 포퓰리즘 정책을 계속 선호한 베네수엘라 국민은 지금 나라 밖으로 나가 수백만명이 해외에서 떠돌고 있다. 합법적 이민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불법 밀입국으로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다. 남미 각국은 최근 베네수엘라 난민들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일어났고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기본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민의 생활이 매우 어려운 곤경에 빠져 있다. 식량부족으로 허덕이는 나라가 됐다. 많은 사람이 식량과 의약품 등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2016년 물가상승률이 475%, 2021년에는 4,500% 상승했다. 물가상승률 조사도 포기한 상태다. 경제위기와 관련된 사회적 불안이 증가하면서 폭력조직이 난무하고, 살인, 마약 등 범죄율이 최고도에 달하고 있다.
극도의 빈곤, 빈민층 확대되며 실직자도 지속 늘고 있다. 빈곤층의 비율이 94%에 이른다. 빈민층은 생활비가 없어서 길거리에서 돈이 될만한 것은 모두 주워서 이웃 나라에 팔고 있다. 상위 계층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부패가 만연해 있다.
한 국가의 경제가 전쟁이나 자연재해를 겪지 않고 이렇게 풍비박산 난 사례는 세계 역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반면교사(反面敎師). 베네수엘라의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