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반복되는 ‘쌀 소비량 감소’ 뉴스는 이제 익숙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5.8kg. 40년 연속 하락이라는 수치에 ‘밥을 안 먹는 시대’라는 보도들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 숫자, 과연 쌀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을까? 통계청이 발표하는 ‘1인당 쌀 소비량’은 사실상 가정 내 밥쌀 소비만을 측정한 수치다. 즉석밥, 떡, 주정, 장류, 막걸리 등 가공식품으로 소비되는 쌀, 즉 사업체 부문 소비량은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하지만 2024년 기준, 이 사업체 부문 쌀 소비는 87만 톤,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전체 쌀 소비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이 거대한 소비층은 보이지 않는 셈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진짜 ‘1인당 쌀 소비량’은 되레 증가세다. 사업체 부문까지 합쳐 계산하면 2021년 70.0kg → 2023년 72.2kg, 2024년엔 72.7kg로 늘었다.
쌀 소비가 줄어든 게 아니라, 소비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프리미엄 쌀 시장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신세계백화점은 ‘밥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명품 쌀을 앞세워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 신세계백화점은 ‘밥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명품 쌀을 앞세워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쌀 전문관’을 운영 중으로 경성미가, 여주 자채쌀 등 고품질 품종들이 주목받으며 양곡 매출은 지난해 대비 18.5% 증가했고, 특히 1인 가구와 MZ세대를 겨냥한 소용량, 진공포장 상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집에서 밥을 해먹는 횟수는 줄었지만, 막상 “밥을 먹는 순간만큼은 좋은 쌀을 고르고 싶다”는 수요는 더 뚜렷해졌다. 이는 ‘덜 먹더라도 더 좋은 것’을 고르는 시대 변화로, 식재료 전반에 걸친 소비 트렌드이기도 하다.
커피 소비량이 줄었다고 해서 원두 품질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로스팅과 원산지, 향미를 따지는 시장이 커진 것처럼, 쌀 역시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흐름에서 여주쌀과 같은 전통 품종 기반의 명품쌀 브랜드는 단순한 농산물을 넘어 문화적 상징이자 가치 소비의 대표 주자가 되고 있다. 왕실 진상미라는 역사성과, 팔당상수원 수질과 사질양토라는 자연환경, 그리고 진상벼 같은 독자 품종 개발과 계약재배 기반의 품질 관리 체계는 단순히 “맛있는 쌀”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서의 기반을 만든다.
쌀 소비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그 위기 속에서 오히려 명품쌀의 시대는 도래하고 있다. 덜 먹더라도 더 깊이 있게, 더 적게 먹더라도 더 확신 있게 선택받는 쌀. 그 중심에 여주쌀 같은 브랜드가 있다. 실제로 여주쌀의 온라인 마케팅·판매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개발된 프리미엄 진상미는 가장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판매된 품종으로 나타났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지갑을 열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먹느냐’보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 비싸더라도, 좋은 쌀은 선택받는다. 여주쌀의 길은 곧, 한국 쌀 산업의 미래 전략을 말해주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황미향 잉글랜드웨스트 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