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정명숙(서울 송파구의회 의원)
언제부터 따라 나선 걸음인지
길었다
짧았다
숨었다
이젠 뭐라고 한 마디 건낼 때도 됐는데
아무런 대꾸가 없다.
계절이 바뀔 때면
몸안에 뼈마디도
가끔은 말을 건내기도 하고
얇아져가는 손등과 손바닥엔
골깊이 주름 잡힌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들어
돋아나는 새싹이나 떨어지는 낙엽
해와 달 바람소리 구름 안개비 천둥
한 줄기 빛에도 눈과 귀가 트인다.
회한(悔恨)의 자국은
새삼 뭐라고 짚을 수도 없고
자꾸만 숙여지는 고개 무겁기만 하다.
이쯤에서
그대와 마주한 시간에
작은 촛불 하나 밝히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정명숙(서울 송파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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