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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꿀벌 실종 막기 위한 대책마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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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꿀벌 실종 막기 위한 대책마련 필요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5.0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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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현재 야생의 벌 2만여 종 중 약 40%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20년 안에 꿀벌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전라도와 경상도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꿀벌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귀중한 꿀과 밀랍을 주는 꿀벌은 누에와 함께 인류에게 사육된 가장 오래된 곤충이다.

고대 로마인과 게르만인은 벌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꿀로 밀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밀주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켜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꿀벌은 농가에게 귀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에 그 보호는 엄격한 법에 의해 규정되었는데 17세기 독일의 라우엔부르크의 법률에서는 꿀벌을 훔치는 자는 사형에 처해졌다고 한다.

벌이 한꺼번에 많이 죽으면 역병이나 재앙이 일어난다고 했고, 죽음과 불사, 근면, 웅변 등과 결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벌은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 생태계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전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의 ‘수분(受粉)’에 있어서 벌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수분’은 꽃가루를 다른 꽃의 암술머리에 묻히는 것으로, 식물의 번식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결국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농작물과 음식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꿀벌의 폐사 및 실종사건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겨울에 폐사한 꿀벌이 78억 마리에 달하고, 사체도 없이 벌통이 텅텅빈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2년 월동 봉군 소멸피해 전국 피해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기준으로, 제주 지역을 제외한 전국 벌통 268만7277개 중 41만3346개(15.38%)에서 집단 꿀벌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적으로 15%가 넘는 꿀벌이 집단 폐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양봉협회 관계자는 “꿀벌이 월동을 하면 5~10% 정도로 폐사가 발행하는데, 올해는 유독 10%가 넘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 등 남부지방에 그 피해가 집중됐다고 한다. 전남에서는 벌통 24만5084개 중 10만5894개(43.21%)의 벌통에서 집단 폐사했고, 광주는 4만3990개 중 1만6593개(37.72%), 전북은 28만6616개 중 9만110개(31.4%)가 폐사하는 등 피해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전남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는 전남 지역에서 피해 조사를 한 결과 피해가 심한 농가는 봉군이 3분의 1 밖에 안 남았고, 3분의 2 정도는 벌통이 텅텅 비어 있어서 폐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남에서는 33만7047개 중 4만5965개(13.64%), 경북에서는 59만9000개 중 7만5729개(12.64%)의 벌통이 피해를 입었고, 부산(18.37%)과 대구(20.53%)에서도 높은 폐사율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충남은 8.23%, 경기는 1.62%, 충북은 0.29%로, 중부지방은 상대적으로 폐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폐사와 실종의 이유로 해충인 진드기(응애) 피해와 지구온난화 등 이상기온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겨울철 일부 지역에서 따뜻한 날씨를 보이면서 봄인 줄 착각해 벌통에서 나온 꿀이 제자리를 찾은 수은주에 적응하지 못해 벌통으로 돌아기지 못하고 얼어 죽었다는 분석이다.

온난화에 따른 면역력 저하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해충인 꿀벌 응애를 없애기 위해 뿌렸던 살충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응애가 번성하고, 양봉농가는 응애 퇴치를 위해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사용하는 등 오랫동안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꿀벌의 번식력과 면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꿀벌의 실종은 2006년 미국에서 처음 꿀벌 집단 폐사 및 실종이 보고됐을 당시 꽃꿀과 꽃가루에 남아 있는 수백가지의 농약 독성 성분이 꿀벌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해 결국 서로 의지해 온 꿀벌 사회 전체가 무너졌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과일과 채소, 씨앗, 식물성 기름 등 ‘수분’에 의존하는 식품이 최근 50년간 3배로 증가하면서 벌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또, 벌이 수백만 인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특히 벌은 꽃가루 매개를 통해 생태계를 보호·유지시키며, 생물종다양성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이 같은 여러 가지 이유와 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위해 1734년 5월 20일 양봉 선구자인 Anton Jansa의 출생일을 기념해 슬로베니아의 제안으로, 2017년 12월 UN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벌의 실종’을 분명한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벌의 실종‘을 막기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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