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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꼼수·무리수·자충수, 타협의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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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의 돋보기] 꼼수·무리수·자충수, 타협의 묘수?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22.04.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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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필 지방부국장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국회의장실에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찰 수사-기소 분리)’ 중재안에 대해 여·야 모두가 함께 수용하면서 70년 넘게 유지된 검찰 수사권이 박탈되면서 형사사법 체계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8개 안으로, 현재 검찰의 수사 범위인 ‘6대 범죄’를 완전 박탈하는 게 아니라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 만을 삭제하고, 부패·경제 등 2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재안 중 국회가 1년 6개월 이내에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할 경우 이들 2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도 폐지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재안에 대해 타협한 여·야는 오는 28~29일 중 본회의를 소집,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타협으로, 그동안 ‘검수완박’을 둘러싼 극한 대치 정국은 일단 돌파구를 찾게 됐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차장과 일선 고검장 등 검찰 수뇌부가 여·야의 중재안 수용에 반발, 줄줄이 사의를 표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사태에 대해 검찰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하고, 정치권에서도 여·야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으로도 여·야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번 중재안이 실제 법안 처리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볼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검수완박’ 관련,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까지 불사하면서, 이를 결사반대하고 있던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그러나 민심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역풍에 휘말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처럼 ‘꼼수 탈당’까지 불사한 민주당은 박 의장의 중재안 덕분에 ‘검수완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비껴가면서 궁극적으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관철하게 됐다.

‘꼼수 탈당’에 대해 검수완박을 반대해 온 국민의힘 등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민주당은 자신들의 ‘묘수(妙手:보통의 방법으로는 수가 나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절묘한 수)’를 위해 ‘꼼수(쩨쩨한 수단이나 방법)’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무리수(無理數 : 실수 중에 유리수가 아닌 수)’, 또는, ‘자충수(自充手 : 상대방에게 유리한 수)’, ‘악수(惡手 : 잘못 두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수)’가 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꼼수 탈당’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이 같은 ‘수(手)’는 결국 검찰 개혁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에서 ‘극적 타협’을 이끌어 내는 ‘묘수(?)’가 된 것이다.

중국 주(周) 나라 때의 유학자 순자(荀子)의 사상(思想)을 집록한 ‘군도(君道)’ 편은 ‘예(禮)’와 ‘법(法)’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군주가 행해야 할 도리를 논하고 있다.

그중 ‘유란군 무란국 유치인 무치법(有亂君 無亂國 有治人 無治法)’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군주는 있어도 어지러운 나라는 없으며, 다스리는 사람은 있어도 다스리는 법은 없다’는 말이다.

‘유치인 무치법’에 대해 “세상이 잘 다스려지는 것은 정치를 하는 사람의 착한 마음씨와 올바른 지혜,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것으로, 사람의 행동을 제한하는 법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의해 법이 통용되는 것이지 법에 의해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동양철학의 중요한 개념을 담고 있는 중용(中庸) 편의 십장(十章)에서도 정치에 대한 공자(孔子)의 견해가 담겨있다.

그는 “문왕(文王)과 무왕(武王)의 어진 정치가 책에 다 그대로 실려있다. 그 사람이 있으면 그 정치가 행해 지지만 그 사람이 없으면 그 정치는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것은 사람에 있고, 사람을 택하는 것은 임금에게 있는 것이다”

‘좋은 법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할 일이 좋은 인간을 만드는 일’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법가(法家)의 한 사람인 전국시대의 상앙은 강력한 법치(法治)를 실현해 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원한을 사게 돼 실각하게 이르렀고, 결국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자신이 죽게 됐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유가(儒家)에서는 이 같은 법치의 한계를 인식하고 ‘인(仁)’과 ‘덕(德)’을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는 법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한들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올바르지 않다면 제대로 운용될 수 없다는 의미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검수완박 원안에 맞서 강경 투쟁으로 끝까지 갔다면 과거 그랬듯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중재안 합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초 ‘부패·경선·선거·공직자 범죄’까지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남기고자 제안했다”며 “그러나 하나라도 더 축소하겠다는 민주당 측의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 113석 소수정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재안을 전달하면서 “평소에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있다”며 “대선 때 국민이 나눠지고 상처가 났는데, 더는 상처를 굳히는 국회를 결코 국민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도 (여·야 지도부에)경고했다”고 했다.

입법과정에 있어서 쟁점 법안의 첨예한 갈등을 줄이고 소수당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숙의기구인 ‘안건조정위’는 국회 선진화의 취지였으나 무색하게 ‘탈당’이라는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려 했고, 극적 타결이라는 ‘묘수’로 작용했으나 앞으로도 극심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꼼수’가 정치인들만을 위한 ‘묘수’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승필 지방부국장
choi_s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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